[이슈&인물] 김인호 "한강변 35층 룰 폐지, 공감대 먼저…재난지원금 지급해야"

입력 2021-05-13 14:09수정 2021-05-2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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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시민 위해 오 시장 정책 협조…코로나ㆍ청년실업 시급한 현안"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장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서울시가 격변기를 맞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과 함께 주요 정책에 변화가 생겼고 새로운 인물이 시청으로 들어왔다. 덩달아 바빠진 곳은 서울시의회다.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선 서울시가 원활히 사업을 추진하도록 돕는 동시에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때로는 서로 다른 의견으로 갈등을 빚지만 '천만 시민'의 삶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13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의회는 천만 시민을 위한 곳"이라며 "오 시장 정책에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상대를 이겨야 내가 살아남는 혹독한 정치 환경에서도 오 시장과 "시민의 마음을 사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서울시의회에 입성했다.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장과 부의장을 지냈고, 지난해 7월부터 의장을 맡아 안정적으로 시의회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아동학대 근절하고 소외되기 쉬운 이웃을 직접 돌보자는 취지로 'SOS 릴레이 챌린지'를 시작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과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 등이 이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청년 실업'을 꼽았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주택 공급 확대 전제 조건은 공공성

부동산 가격 급상승은 오 시장을 10년 만에 서울시로 돌아오게 만든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오 시장은 선거 공약으로 주거지역에 적용되는 35층 층높이 규제를 완화하고 한강변 아파트 높이를 최대 50층까지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김 의장은 '한강변 35층 룰'과 관련해 사회 각계의 여론 수렴이 먼저라고 단언했다. 35층 규제를 담은 '서울플랜2030'이 2년 동안 공청회와 전문가 자문, 시민참여 등 수많은 과정에 걸쳐 나온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 주택 공급이 더뎠다.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공공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시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이익 환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청년이나 임대주택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등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에 대해서도 "집행부 뜻대로 100%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거정비지수제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25 기본계획'을 만들면서 도입했다. 노후도와 주민 동의 비율 등 지표를 평가해 일정 지수를 넘어야 재개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김 의장은 "급격한 변화는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모두 폐지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주민 동의 과정 등 의미 있는 절차가 생략되지 않는 선에서 과정을 손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서울플랜2030'이나 '주거정비지수제'에 담긴 민주적 절차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에서 결정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ㆍ유치원 무상급식…"의미 있는 결실"

정치가 하나의 결과물을 두고 반목하는 대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와 의회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시민에게 이로운 일이라고 판단하면 뜻을 모은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유치원 무상급식 등이 비근한 예다. 오 시장은 얼마 전 시의회가 제안한 유치원 무상급식을 수용했다. 그보다 앞서 광화문 광장 공사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협치'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의장은 "빨리 결단해서 시정 혼란을 미리 방지한 거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광화문 광장 공사를 지속해) 예산 낭비를 안 한 것 같다"며 "유치원 무상급식은 오 시장이 스스로 꺼내지 못했을 텐데 의회에서 제안한 것을 수용했다. 조속히 화답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유치원 무상급식 관련 추진과정마다 적극적으로 협력해 현장에 조속히 적용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이 이 부분은 다른 시ㆍ도보다 늦은 축에 속한다며 속도를 내야 하는 시점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유치원 무상급식을 함께 이뤄낸 것을 계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 시의회와 집행부가 시민을 위해 의미 있는 결실을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시작한 'SOS 챌린지'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치인은 물론 기업 대표까지 동참에 이웃끼리 소외된 사람을 직접 돌보자는 의미를 담고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보편적 재난지원금 재원 충분…청년 지원 강화해야"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어나자 김 의장은 다시 한번 '보편적 재난지원금' 카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는 연말께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한 재원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선별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별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코로나19로 천만 서울시민이 모두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어 "일정 기간을 정하고 지원금을 쓰라고 하면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며 "소비가 늘어나면 그걸로 세금을 내는 식당이 생기고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선별적 지원금으로 수백만 원을 주는 것보다 본업이 살아나도록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도 있다고 했다. 김 의장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많아지면서 예측하지 못했던 취득세가 많이 걷혔다"며 "1조 원 정도는 쓸 여력이 있고 어려울 때 세금 낸 시민에게 돌려주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종식 외에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청년 실업'을 꼽았다.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기 힘들게 돼 안타깝다고 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힘을 모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의장은 "내년 예산 편성에는 청년을 위한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기업이 살아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체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청년 주거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했다. 그는 "비주거 사무실에 공실이 많다"며 "국토교통부가 호텔을 인수해 청년주거 환경으로 전환한 것처럼 여건이 되는 곳은 청년주거로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서울시 인사 대체로 긍정적…시의회와 소통해주길"

김 의장은 오 시장에게 주요 현안을 시의회에 협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오 시장이 민감한 사안을 독단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시의회 협조를 구하는 등 주변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최근 서울시 인사 내용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 외부가 아닌 내부 인사를 중용했다는 점에서 시정안정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서울의 여러 현안에 시의회와 소통하고 협의하면서 민주적인 시장의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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