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 매각, 원칙적으로 美 검토대상 아냐…기술유출 어불성설”

입력 2021-06-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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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매그나칩 대표이사 인터뷰

“매그나칩반도체의 지향점은 한국 기업도, 미국 기업도 아닌 ‘글로벌 기업’이다. 이를 위해선 적기 투자와 고객사 확대가 필수적이다. 매그나칩에 이번 매각이 중요한 이유다.”

김영준 매그나칩 대표이사<사진>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3월 중국계 사모펀드(PEF) 매각을 발표한 이후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기술 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추측일 뿐”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매그나칩 매각은 최근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검토 결정이라는 중대한 암초를 만났다. CFIUS는 국가 안보와 관련해 미국 내 외국인 투자현황을 분석·검토하는 기관으로, 중국 자본과 관련된 인수ㆍ합병(M&A)을 다수 무산시킨 전력이 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매그나칩이 보유한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구동칩(OLED DDI) 기술이 국가 핵심기술에 포함되는지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규제 당국도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는 이번 매각 건이 미·중 반도체 패권 갈등 한복판에 서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원칙적으로 이번 매각 건은 CFIUS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해당 기관은 미국 내 ‘자산’을 가진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심의하는데, 매그나칩의 경우 주요 부지부터 공장, 인적 자산 등이 모두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CFUIS가 불허했던 매각 계약을 살펴보면, 인수 주체가 사모펀드가 아닌 경쟁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매그나칩의 경우 미국에 실물 자산이 아예 없으므로 검토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규제 당국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유출 우려? 기우…기업 성장사 자체가 증명"

거듭 해명에도 지속하고 있는 기술유출 우려를 놓고는 “답답하다”라고 했다. 인수 주체인 와이즈로드캐피털의 본사가 중국 베이징에 있긴 하지만, 돈을 대는 주요 출자자(LP)엔 중국 자본이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중국 자본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이라고 부르는 게 적합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인수 목적이 애초 ‘엑시트’(기업 가치를 키운 뒤 재매각이나 상장해 이익을 실현하는 것)에 있는 사모펀드가 기술을 빼돌려 기업을 망하게 할 리도 없다고 했다.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 회사 성장 과정 자체가 이를 증명한다고도 덧붙였다. 매그나칩은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가 시스템반도체 사업부를 미국계 투자자에게 매각하면서 만들어졌다. 주력 사업인 디스플레이 구동칩과 전력 반도체 분야에 뛰어든 때도 사모펀드 인수 이후 시점이다.

김 대표는 “현재 매그나칩엔 2004년 이전 사업부는 하나도 안 남아있다”라며 “사모펀드에 매각된 이후 지식재산권(IP)과 제품 개발이 이뤄졌다. 사모펀드가 기술만 '빼먹으려고' 했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인수 주체인 와이즈로드캐피털도 정치권과 업계에서 불거진 기술 유출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매각 관련 공식 문서에서 “경영진과 임직원은 물론, 생산시설·IP를 한국에 유지할 것을 '보장(guarantee)'한다”라는 강한 어조의 표현을 이례적으로 쓴 것도 이 때문이다.

"5년 내 아시아 20위권 기업 되겠다"

김 대표는 이번 매각이 매그나칩이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설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아시아 팹리스기업 40위권에 머무르고 있는데, 5년 내 20위권으로 올라서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우선 매각 계약이 체결되면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되는데, 이 경우 분기별 실적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 장기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계절성과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큰 장점이다.

매각 이후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와이즈로드는 아시아, 유럽에 두루 영업망·고객사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라며 “와이즈로드가 이전에 투자한 싱가포르, 스위스, 네덜란드, 중국 등 7개 회사도 짧은 시간에 1.5배에서 2배까지 성장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매그나칩은 현재 적재적소 투자를 해줄 수 있는 '주인'이 필요하다”라며 “5년간 2조 원 이상의 금액을 R&D·증설에 투자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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