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기업 규제에 홍콩 IPO까지 찬물

입력 2021-06-06 17:22수정 2021-06-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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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IPO나선 기업 7개사...2009년 이후 최저
텐센트·알리바바·메이퇀 시총 447조 증발
인플레 우려도 투심 악화시키고 있어

▲홍콩거래소에서 5월 28일 JD로지스틱스 경영진이 증시 상장을 기념해 징을 울리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홍콩/AP뉴시스
중국 정부의 ‘IT 기업 때리기’가 이어지면서 홍콩 기업공개(IPO) 시장도 덩달아 위축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분기 들어서 현재까지 홍콩증시에서 IPO를 한 기업은 7곳에 그친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올 들어 지금까지 홍콩증시에서 IPO로 조달한 자금은 약 239억 달러(약 27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이다. 그러나 미국 나스닥거래소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열풍으로 금액 면이나 건수에서 이미 지난해 연간 기록을 넘어섰다.

홍콩증시는 IPO에 나서는 기업이 많지 않을뿐더러 올해 증시 데뷔에 나선 기업들의 첫날 주가 성적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IPO를 실시한 창고·물류업체 JD로지스틱스다. 이 회사의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홍콩 증시 상장 첫날 56% 급등했던 JD닷컴의 또 다른 자회사인 JD헬스와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 성적표다.

▲출처 블룸버그

이처럼 홍콩 IPO 시장이 때아닌 혹한기를 맞게 된 것은 중국 당국의 고강도 규제에 투자심리가 크게 냉각한 영향이다. 중국 반독점 당국은 알리바바그룹홀딩에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을 부과한 데 이어 34개 IT 기업에 대해서도 독점 행위를 시정하라고 지시했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 당국의 규제가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3대 IT 기업으로 꼽히는 텐센트홀딩스와 알리바바, 메이퇀은 시가총액이 4개월 전 고점 이후 총 4000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

홍콩 소재 웰시증권의 루이스 체 전무이사는 “투자자들이 더는 중국 기업들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정부 개입으로 일부 기업들은 주식 공모 관련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홍콩 IPO 시장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인플레이션으로 주요 금융당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저금리에 자금을 조달해 성장했던 IT 기업들은 차입 부담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홍콩 IPO 시장이 부활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데뷔 예정인 기업들의 성과에 달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유란유업그룹과 홍콩증시 2차 상장을 노리는 베이다제약, 중국 최대 치아교정기 제조업체 에인절얼라인테크놀로지가 IPO를 앞두고 있다. 중국 2위 게임사 넷이즈 산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넷이즈클라우드뮤직도 상장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자산운용사 에버브라이트순훙카이의 케니 원 전략가는 “시장 분위기를 되살리려면 최소 2~3개의 블록버스터 IPO가 필요하다. 공모율과 상장 첫날 성적이 시장을 놀라게 할 필요가 있다”며 “홍콩 IPO 시장의 봄날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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