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여행수지 적자폭 줄거나 흑자폭 감소..국제유가 하락도 영향
지난해 대미국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330억달러를 돌파하며 5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대중국 흑자규모는 170억달러를 밑돌며 11년만에 최저치를 보였고, 대일적자는 3년만에 확대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동제한에 여행객이 급감한 것이 국가별로 긍정 내지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데다, 국제유가가 급락한 것도 국가별로 긍부정 효과가 갈렸기 때문이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지역별 국제수지 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국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전년대비 140억5000만달러 증가한 331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334억4000만달러) 이래 최고치다.
유가 하락에 원유 등 원자재 수입이 감소한 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IT) 관련 수출이 늘면서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확대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 대미 상품수지 흑자폭은 2019년 281억8000만달러에서 2020년 333억5000만달러로 확대됐다. 같은기간 통관기준 대미 수출규모는 반도체 25.7%(16억6000만달러), IT기기 17.9%(11억6000만달러)씩 늘었다.
또, 내국인 출국자 감소에 여행수지 적자폭이 축소된데다, 서학개미운동에 따른 투자소득수지 흑자폭이 확대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대중국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전년보다 89억9000만달러 감소한 169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2009년(16억3000만달러) 이후 최저치다.
반도체(7.1%, 27억4000만달러) 수출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화공품(-11.8%, -30억1000만달러), IT기기(-6.5%, -6억1000만달러), 기계·정밀(-2.9%, -5억8000만달러)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줄었다(2019년 203억9000만달러→2020년 144억4000만달러). 유커(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여행수지가 부진하면서 서비스수지 흑자규모도 축소됐다(32억1000만달러→9억1000만달러).
대일본 경상수지 적자폭은 22억9000만달러 확대된 213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1년만에 200억달러대로 재진입했다. 내국인 여행객 급감에 서비스수지가 개선됐지만, 국제유가 급락에 따라 석유제품 수출이 감소한데다 철강제품 수출도 부진했던 때문이다. 수입도 같이 줄었지만 수출이 더 감소해 상품수지 적자규모는 확대됐다(-138억1000만달러→-166억6000만달러).
대동남아 경상수지 흑자폭은 46억1000만달러 줄어든 785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2017년(760억5000만달러)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행객이 줄고 운송수지가 개선되면서 서비스수지가 흑자(-6억1000만달러→8억3000만달러)로 돌아섰지만, 석유제품 등 수출이 부진하면서 상품수지 흑자규모(773억1000만달러→710억5000만달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용장비와 벤츠 등 승용차 수입이 증가하면서 대EU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전년(-55억9000만달러) 보다 15억달러 확대된 70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유가하락에 따른 원유 등 원자재 수입이 줄면서 대중동 적자폭은 280억5000만달러에 그쳐 2016년(-270억4000만달러) 이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밖에도 중남미의 경우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선박, 승용차, 가전제품 등 대부분 품목에서 수출이 감소하면서 대중남미 경상수지는 6억2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박창현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국제유가 하락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부진 탓이었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여파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대미국 경상수지 흑자폭도 확대됐다. 환율보고서 등 압박요인은 전체 경상수지와 비교한다는 점에서 전체 흐름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