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상장 초읽기에 들어갔다. 기업가치는 20조 원 수준으로 산정됐다. 다만 시중은행 대비 20배 높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을 적용해 고평가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9일 카카오뱅크는 전날 코스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체줄했다고 밝혔다. 오는 8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 예정이며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3만3000원에서 3만9000원이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계산하면 15조678억 원에서 18조5289억 원 사이가 된다. 이는 KB금융(23조 원), 신한지주(21조 원), 하나금융지주(14조 원), 우리금융지주(8조 원) 등 시중은행과 비교해 적지 않은 수준이다.
반면 카카오뱅크 자산 규모는 28조 원으로 시중은행 대비 4~7% 수준에 불과하다. 시중은행은 KB금융(610조 원), 신한지주(605조 원), 하나금융지주(460조 원), 우리금융지주(399조 원) 수준이다.
적은 자산에도 높은 기업가치가 적용된 것은 시중은행보다 최고 20배 유리한 평가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주관사는 금융업 특성상 자본 규모를 비교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이유에서 기업가치평가에 PBR을 활용했다.
PBR 산정에 기준이 되는 순자산 규모(지난해 말 기준)를 살펴보면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과 비교해 6~11% 수준에 불과하다. 신한지주(46조 원), KB금융(43조 원), 하나금융지주(31조 원), 우리금융지주(26조 원) 등인 반면 카카오뱅크는 3조 원에 못 미친다.
주관사는 카카오뱅크에 PBR(주가순자산비율) 7.3배를 적용했다. 이는 하나금융투자가 올해 예상실적으로 집계한 시중은행 PBR은 KB금융(0.51), 신한지주(0.48), 우리금융지주(0.35), 하나금융(0.42) 등과 비교해 14배에서 20배 수준이다.
PBR값이 높은 이유는 비교 대상이 시중은행이 아닌 해외 디지털뱅킹 및 온라인 금융상품 플랫폼 회사였기 때문이다. 주관사는 비교 대상 회사로 로켓 컴퍼니, 파그세구로 디지털, TCS 그룹홀딩스, 노르드넷 등 외국 회사 4곳을 선정했다.
주관사는 카카오뱅크가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국내은행업으로 분류되지만 △모바일 기반 비대면 영업 특수성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을 시현하고 있는 수익성 △높은 영업수익 성장성 △높은 MAU를 기반으로 금융플랫폼과는 다르다고 봤다.
그러나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 수익률)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는 3.98 수준인 데 비해 시중은 행은 하나금융지주(8.49), KB금융(7.64), 신한지주(7.54), 우리금융지주(5.66) 등으로 2배에 가까운 자본 효율성을 보였다.
이는 시중은행이 만 원을 활용해 566~849원을 벌 때 카카오뱅크는 398원밖에 벌지 못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시중은행보다 20배 가까이 고평가된 기업가치도 이미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비상장에서 카카오뱅크 주식은 주당 9만4200원에 거래 중이며 시가총액은 38조5890원에 달한다. 공모가 밴드 최상단을 기록해도 48.01%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모주 시장이 과열된 면이 있다"라며 "공모주식은 일반적으로 상장 1~3개월까지는 단기 오버행 부담이 상존한다. 이후 펀더멘탈이 견조하고 테마나 업종 모멘텀이 유효한지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카카오뱅크 공모주식 수는 6545만 주이며, 최대 공모금액은 2조5526억 원이다. 국내 및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마감일은 다음 달 21일, 일반청약은 같은 달 26일과 27일로 예정했다. KB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서울지점이 대표 주관사로,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공동주관사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