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이 집값 통계의 표본수를 3배 넘게 확대하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크게 뛰었다. 그동안 시장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통계를 내놨던 게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을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2%(지난 주)→0.15%로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달 둘째 주(14일 기준) 0.12% 오르며 2019년 12월 셋째 주(0.20%) 이후 1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주엔 상승폭이 더 커지면서 다시 한번 1년 반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9년 12·16대책 발표 직전 상승세(0.17%)에 근접하는 수치다.
서울에선 25개 자치구 중 양천구(0.13→0.10%)와 동작구(0.18%)를 제외한 23개 구가 모두 상승폭을 키웠다. 노원구(0.29%)는 0.3%에 육박하며 서울에서 12주 연속 상승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교육환경이 양호한 중계동과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는 상계동 재건축 단지들이 강세를 견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가 0.20%로 2위를 기록했고, 동작(0.18%)·서초(0.19%)·마포(0.16%)·도봉(0.16%) 등이 강세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8·4 대책, 2·4 대책 등 대규모 공급 대책과 정부와 서울시의 잇따른 규제 발표에도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주 통계는 부동산원이 아파트값 통계 표본수를 3배로 확대해 처음으로 내놓은 통계였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신 표본으로 집계한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구 표본으로 낸 통계(0.13%)보다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새 표본으로 낸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도 구 표본보다 0.01%p 높았다.
시장에선 그간 KB부동산 등 민간 기관 통계보다 부동산원의 통계가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표본수가 적어서다. KB부동산은 매주 아파트 3만327가구를 포함한 총 3만4495가구 주택을 조사해온 반면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통계 표본수는 1만 건도 되지 않았다.
부동산원은 이달부터 주간 아파트 동향 표본 수를 기존 9400가구→3만2000가구, 월간조사 표본수는 1만 7190가구→3만5000가구로 늘렸다. 이번 표본 수 확대로 부동산원은 시장 상황 변화를 잘 포착하고,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민간통계와 조사 방식에 차이가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얼마나 반영할 지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원의 경우 소속 직원이 실거래가격을 바탕으로 중개업소와 호가 등을 참고해 거래가능가격을 산출한다. 반면 KB부동산은 지역 중개업소가 표본 아파트 시세를 하한가와 상한가 등으로 나눠서 입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