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장 강행’ 디디추싱은 고강도 제재로 휘청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800억 달러(약 206조1180억 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바이트댄스는 주식 전부 또는 일부를 미국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당국과의 면담 이후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
장이밍 바이트댄스 설립자는 3월 말 중국 사이버 안보 당국, 증권 규제기관 관리들과의 회담에서 데이터 안전성 위험과 다른 문제 해결에 주력하라는 요구를 받자 기업공개(IPO) 계획을 동결하기로 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당국은 당시 바이트댄스와의 면담에서 이 회사가 운영하는 앱들의 데이터보안 규정 준수에 대해 우려를 전하는 한편, 당사가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저장·관리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상장 연기에는 중국 당국의 압박 이외에 다른 부수적인 이유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우리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바이트댄스의 이러한 조심스러운 대처는 앞서 미국증시 상장을 자제하라는 당국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한 중국 최대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의 태도와는 상반된다는 평가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디디추싱 측에 미국 상장을 유예하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했지만, 디디추싱은 지난달 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상장해 44억 달러 자금을 조달했다.
미국 상장은 중국의 모든 규정을 준수해 이뤄졌지만, 디디추싱의 뉴욕행은 정부 관계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 뉴욕증시 상장 사흘 만에 인터넷 안보 심사를 개시하는가 하면, 이 회사의 주력 앱과 다른 25개 앱에 대해 다운로드 금지 명령을 내렸다.
바이트댄스도 최근 상황이 그다지 녹록지는 않았다. 바이트댄스는 다른 12개 인터넷 업체와 함께 4월 금융당국에 소환돼 데이터와 대출 관행에 대해 규정을 훨씬 더 엄격하게 준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같은 달 독점금지법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에서도 압박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지난해 미국인들의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에 넘어가 악용될 수 있다면서, 틱톡의 미국 사업체를 매각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후 매각 명령이 철회됐지만, 미국 정부는 현재 틱톡이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