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인수한 신세계… 조직 재정비로 '나영호 대표 체제 롯데온' 힘 싣는 롯데
새 슬로건 내걸고 '브랜드경영TF' 출범한 롯데, 그룹 브랜드 강화 집중
'유통 맞수'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하반기 대결에 이목이 집중된다. 먼저 상반기 양사의 경쟁에선 신세계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연간 거래액 '20조 원' 규모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오프라인의 강자 신세계는 네이버, 쿠팡과 견줄 수 있는 사이즈를 가진 이커머스 업체로 거듭났다.
신세계는 또한 상반기 야구단 'SSG랜더스'를 깜짝 인수, "야구장을 새로운 유통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화제의 중심이 됐다. 야구단 인수가 아직 유통업과 본격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전이지만, 이를 통해 재계서 신세계그룹의 위상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사는 하반기 △백화점 △온라인 △브랜드 전략 3개 분야에서 정면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백화점 신규 점포 대결이다. 백화점 업계에서 '2021년'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 해로 여겨진다. 빅3(롯데ㆍ현대ㆍ신세계)의 신규 출점은 2016년 신세계 대구점 이후 5년 만이다. 게다가 3사 모두 신규 점포를 출점한다.
롯데와 신세계 양사는 다음달 나란히 백화점 신규 점포 오픈을 앞두고 있다. 올해 초 현대백화점이 여의도에 오픈한 '더현대서울'이 코로나19 이슈에도 오픈 초기 집객에 성공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롯데와 신세계는 신규 점포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다음달 20일 경기 화성시 오산동에 동탄점을 개점한다. 동탄점은 롯데백화점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신규 점포다. 연면적이 약 24만6000㎡(약 7만4500평)에 달한다. 경기도 소재 백화점 중 최대 규모다.
롯데백화점은 동탄 신도시에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고객이 많은 특성을 고려해 동탄점의 콘셉트를 '스테이플렉스(Stayplex)'로 정했다.
롯데백화점은 동탄점 영업공간의 절반 이상을 식음료(F&B), 리빙, 체험 콘텐츠로 채웠다. 복합 공간 '더 테라스(The Terrace)', 예술&문화공간 '라이프스타일 랩(Lifestyle LAB)' 등이 대표적이다.
매장 곳곳엔 예술작품을 비치했다. 동탄점 전체가 갤러리처럼 느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사진 드로잉'(photographic drawing)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신세계 대전점도 다음달 오픈 준비에 한창이다. 대전 신세계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온라인 채용 박람회를 열어 지역인재를 채용 중이다.
채용 박람회에는 대전 신세계를 비롯해 이마트,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푸드, 스타벅스코리아, 신세계L&B, 신세계센트럴시티, 신세계까사미아 등 총 8개의 신세계그룹 계열사가 참여한다. 104개 신세계파트너사와 지역 강소기업 등 총 115개 사에서 3000여 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패션잡화부터 F&B, 식품관, 아카데미, 갤러리 등 차별화된 콘텐츠로 가득 채운 백화점을 중심으로 기존 중부권에서 만날 수 없었던 다양한 시설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명품 유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백화점의 이른바 '급'을 결정하는 3대 명품 '에루샤(에르메스ㆍ루이비통ㆍ샤넬)' 입점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신세계 관계자는 명품 입점 여부에 "MD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짧게 답했다.
이커머스 대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롯데와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승리한 신세계는 기존 플랫폼인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 옥션, G9의 시너지 효과 창출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추가적인 투자비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롯데는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 강화에 집중한다. 롯데는 이베이 인수 실패 직후 "M&A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고 밝혔으나, 당장은 무리한 M&A보다는 기존 플랫폼인 롯데온 강화에 힘을 쏟으며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앞서 롯데는 롯데온 대표로 4월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대표를 부사장급으로 영입했다. 최근엔 롯데쇼핑 내부적으로 이커머스 사업부 강화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추진하며 나 대표 체제에 힘을 싣고 있다.
롯데그룹은 브랜드 강화를 위한 조직도 신설했다. 롯데지주에는 최근 '브랜드경영TF'를 신설했다. 브랜드경영TF는 지주사 임원 한 명과 계열사 브랜드마케팅 전문가로 구성했다. 브랜드경영TF는 그룹 전체의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고 각종 브랜드와 관련된 정책을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한다.
신세계는 그룹 총수인 정용진 부회장이 특유의 SNS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평소 SNS를 통해 재벌의 소탈한 모습을 보이며 친근하고 긍정적인 그룹 이미지 형성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거침 없는 직설적인 화법이 오히려 그룹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이른바 '미안하다, 고맙다' 논란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