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있는 예방 대책 마련 등
당국의 ‘은행장 업무 권고’ 배제
은행연합회가 ‘금융소비자 보호 내부통제 모범규준’ 제정 작업 중에 금융당국의 권고안을 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이하 은행연)는 이달 9일 규제심의위원회를 열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내부통제 모범규준’ 제정안에 대해 심의했다.
내부통제 모범규준은 올해 3월 25일에 시행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에 따라 마련해야 하는 내용이다. 이에 은행연은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6월 25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의견청취 기간을 가졌다.
금융당국과 은행연간 이견은 의견청취 기간에 시작됐다. 금융당국은 은행연 측에 현재 계류 중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담겨 있는 내부통제기준 내용을 모범규준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당 개정 법률안 제24조에는 △내부통제기준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예방대책의 마련 △내부통제기준의 준수 여부에 대한 충실한 점검 △내부통제기준을 위반한 경우 그 위반내용에 상응하는 내부 징계 등 조치 방안 및 기준의 마련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은행연 규제심은 이 같은 내용을 모범규준에 반영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공개된 규제심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은행장의 내부통제기준 운영업무를 ‘실효성 있는 예방대책 마련 의무’, ‘준수 여부에 대한 충실한 점검’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으나 이는 명확성원칙 위반, 예측가능성 저해 등으로 인해 은행장에게 사실상의 결과책임을 부과하는 문제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은행연 측은 “감독 당국은 국회에 제출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에서 ‘실효성’과 ‘충실한’을 요구하고 있어 모범규준안에서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오늘 회의에서 재차 이 문제가 제기됐으므로 감독당국 및 은행들과 추가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은행연 측은 금융당국에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 모범규준에 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고, 금융당국은 은행연 심의 결과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현재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배포한 금융소비자법 안내자료를 보면 내부통제는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철저히 이행할 수 있도록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1억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내부통제기준 시행 일자는 오는 9월 25일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범규준이 타율규제가 아니라 자율규제라서 은행연 규제심을 존중한다”며 “다만 은행들이 자율규제를 엄밀하게 하겠다면 법에 없어도 스스로 (모범규준을 강화하는 등)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범규준에 관련 내용이 없어도 금소법 등 법을 준수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