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문제와 무역 등서 사이버안보로 공세 보폭 넓혀
제재 없어 한계 있다는 지적도
1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지난 3월 전 세계 정부 기관과 수만 개 기업이 피해를 본 마이크로소프트(MS) 이메일 소프트웨어 ‘익스체인지’ 해킹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고 규정했다.
성명은 “중국 국가안전부가 해커집단과의 계약을 통해 기업을 상대로 수백만 달러를 갈취한 랜섬웨어 공격 시도를 비롯해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각종 사이버 공격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사이버공간에서 중국이 보이는 무책임한 행위의 양상은 세계에서 책임 있는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와 모순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성명에는 미국과 함께 안보동맹 ‘파이브 아이즈’ 소속인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 일본 등이 동참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나토가 중국의 사이버 범죄를 공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동맹국과 함께 대만 문제와 신장 위구르자치구 인권 상황, 무역 등에서 중국을 비판하고 견제했던 미국 정부가 사이버 안보로 공세 보폭을 넓힌 것이다. CNBC방송은 미국이 ‘사이버안보 동맹’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중국 정부는 조직적인 사이버 공격을 방지하지 않으면 그 책임을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외무성은 “자유롭고 공정하며 안전한 사이버 공간은 민주주의의 기반”이라며 “이를 뒤흔들 수 있는 악의적 사이버 활동은 간과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가안보국(NSA)은 이날 중국 해커들의 50여 개 수법을 공개하고 세계 정부와 기업들에 경계를 강화할 것을 호소했다.
미국이 동맹국까지 대동해 공개적 비판에 나서긴 했지만, 경제 제재나 외교적 조치 등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사이버 범죄에 대응해 온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실버라도폴리시액셀러레이터의 디미트리 알페로비치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이 어떤 대가를 치를지에 대해 명시하지 않은 것은 이중잣대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CNN도 “우려만 표명하고 규제 등 행동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미 고위 당국자는 “중국 정부의 악의적인 사이버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단일 조치는 없으며, 많은 국가를 한데 모아 공동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 현재 미국의 목표”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CNN에 “중국에 책임을 묻기 위한 추가 조치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곧바로 반박했다. 유럽연합(EU) 주재 중국 사절단 대변인은 20일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중국은 네트워크 안전의 확고한 수호자”라면서 “사이버 공간의 특성을 고려할때 사이버 공격과 관련한 조사에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증거 없이 비판하는 것은 악의적인 비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서방국가는 자신의 기술적 우위를 통해 거리낌 없이 동맹국을 포함한 세계를 무차별로 도청했다”면서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