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논란에서부터 노동자 근무환경·임금문제까지 거론
민주당 의원, 우주 관광객 대상 '탄소배출방지세' 법안 발의
비판여론 의식한 듯 2억 달러 추가 기부 계획 밝혀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이날 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전 9시 12분께 텍사스주 서부 벤혼 인근에 있는 발사기지에서 자신이 설립한 우주 탐사업체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을 타고 우주 경계선이라고 불리는 ‘카르만 라인(지구 상공 100km)’을 넘어, 고도 106km까지 날아올랐다.
이륙에서부터 착륙까지의 총 비행은 10분 10초. 그는 동생인 마크 베이조스, 82세 할머니 월리 펑크, 18세 네덜란드 청년 올리버 데이먼 등 동승자 3명과 함께 최대 4분간의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무사 귀환했다. 고등학교 졸업 연설에서 우주개척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할 정도로 우주여행은 베이조스에게 오랜 꿈이었는데 마침내 이를 실현한 것이다.
베이조스는 지구 착륙 직후 “최고의 날”이라며 벅찬 감정을 나타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날 우주여행 소감을 말하는 과정에서 “모든 아마존 직원과 고객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여러분이 이 모든 것(우주여행)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 것”이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베이조스는 우주여행 프로젝트를 위해 최근 몇 년간 블루오리진에 연간 10억 달러(1조 1500억 원)를 투입해왔다.
소셜미디어 반응은 차가웠다. 그가 우주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천문학적인 우주여행 티켓 값이 ‘부자들의 돈 잔치’라는 비판이 나왔던 상황에서 이날 발언은 아마존 물류창고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나 낮은 임금 등의 해묵은 논란을 상기시킨 촉매제가 됐다.
미국 민주당 소속의 니디아 벨라스케스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아마존 임직원과 임시직 연봉 격차를 다룬 기사 링크를 올리면서 “베이조스가 우주여행 비용에 대해 언급한 것이 뉴스로 보도되는 가운데 우리는 그가 이 지구상에서 만들어낸 현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세금 문제도 제기됐다. 민주당 소속의 얼 블루머나워 하원의원은 “우주여행은 부유층의 면세 휴가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비행기를 탈 때 세금을 내는데, 과학적 가치를 창출하지도 않는 우주여행을 하는 억만장자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블루머나워 의원은 “우주 관광객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만큼 세금을 물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탄소배출방지세(SPACE)’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평소 부유세 도입을 주장했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베이조스가 자신과 아마존이 한 푼도 세금을 내지 않는 동안 이 나라가 운영되기 위해 세금을 내며 열심히 일했던 모든 미국인에 대한 감사함을 잊었다”고 지적했다.
마케팅 컨설턴트 메타포스의 공동 창업자 앨런 애덤슨은 “베이조스가 다른 사람들을 화나지 않게 하면서 우주여행 비용 출처에 대해 말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면서 “소득 불평등, 임직원 간 보수 격차에 문제 제기해온 이들에게 이번 언급은 로켓 연료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베이조스는 우주 비행에 앞서 미국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을 운영하는 스미스소니언 협회에 2억 달러를 낸 데 이어 이날 미국 유명 자선사업가와 사회활동가 2명에게 각각 1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