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미국 SEC 상장 절차 강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7월 한 달간 미국 상장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이 4070억 달러(약 470조 원) 증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미국증시가 폭락했던 지난해 3월과 비교해도 시총은 무려 두 배 이상 사라졌다.
그동안 중국에 의욕적으로 투자했던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중국 베팅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퇴직연금의 몰리 머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는 중국에 대해 시장 중립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고민하고 있다”며 “생명공학과 같이 규제 위험이 덜하다고 생각되는 특정 산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윌리엄블레어의 비비안 린 서스턴 매니저는 중국 당국이 사교육을 철폐한 점을 거론하면서 “사교육 산업은 단기간에 사라졌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제 중국 투자와 관련한 접근 방식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국 규제에 휘청이는 중국 기업들은 이제 미국 정부의 단속에도 직면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전날 “중국 정부가 해외 주식 발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를 희망하는 중국 기업들의 심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페이퍼컴퍼니 주식을 상장할 때 대상 회사가 페이퍼컴퍼니라는 사실과 중국 정부 규제가 재무 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도록 했다. 페이퍼컴퍼니의 경우 그간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상장하기 위해 자주 활용하던 방식이었다. 중국 정부가 기업 지분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 소유를 허용하지 않은 점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역시 이 방법으로 상장했다. 개리 겐슬러 SEC 의장은 “일반 투자자들은 자신이 중국에 기반을 둔 사업체가 아닌 역외 페이퍼컴퍼니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며 단속 강화 이유를 설명했다.
WSJ는 “보다 광범위한 투자 권한을 가진 기관투자자들이 미국 기술주나 동남아시아 같은 신흥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중국 정부는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