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크래프톤 등 IT업계에서 연이은 직장 내 괴롭힘 고발이 이어지면서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IT 사업장이 몰려 있는 판교를 중심으로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해 ‘IT 갑질신고센터’ 문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에 정신건강 실태조사와 예방·상담치료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판교IT사업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IT 공대위)는 10일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밝혔다. IT 공대위는 화섬식품노조 IT 위원회가 제안해 발족했고 민주노총, 민변노동위원회, 유니온센터, 일과건강, 직장갑질119,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이 참여했다.
IT 공대위는 발족과 동시에 직장갑질119와 함께 ‘IT 갑질신고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업계 전체에 숨어 있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이 적지 않으리라고 판단해서다.
신고는 익명으로 직장갑질 119 이메일을 통해 받는다. IT 전담팀이 받은 이메일을 분류해 72시간 안팎으로 변호사·노무사·노동 전문가 등의 답변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한다. 신고자의 신원 보호도 보장한다. 운영 기간은 우선 9월 말까지로 정해졌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판교는 ‘IT 갑질 재난지역’으로 판단한다”며 “혁신보다 노동자 존엄이 우선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센터가 앞장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네이버 노조 측은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대책도 요구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직원 사망사건에 이어진 특별근로감독 결과, 조직문화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네이버 조직문화를 진단하기 위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2.7%가 “최근 6개월간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오세윤 화섬노조 IT위원회 네이버 지회장은 “특별감독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등과 노동관계법 위반, 조직문화 개선 필요사항이 다수 나타난 만큼 적극적인 향후 조치가 필요하지만, 네이버 사용자 측은 노조와의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며 “노사가 함께 재발 방지대책을 만들고 합당한 책임을 지라고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역시 관계부처와 합동 진행하는 주요 IT기업 간담회에 노동조합 참가를 보장한 가운데 추진하도록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IT공대위는 경기도와 성남시에 판교 IT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판교는 성남시의 주요 산업 지역이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에 따라 11월부터 지방 정부도 노동자 보호 계획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며 “판교 지역 IT 노동자를 대상으로 정신건강 관련 전수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성준 화섬노조 스마일게이트 지회장은 “네이버, 스마일게이트 등 많은 IT·게임 업계에서 비슷한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장기적 차원에서 경기도가 IT 사업장 정신건강 예방 및 상담치료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