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외환보유고서 달러 비중 20년 전 80%서 60%로
적자·중국의 부상 등 미국 '내우외환' 직면
"위안화, 아시아 기축통화 될 수도"
러시아 국부펀드는 지난달 보유했던 달러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유로화와 중국 위안화로 달러의 빈자리를 채웠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러시아 국부펀드 ‘국민복지기금(NWF)’은 달러 비중을 당초 35%에서 ‘제로(0)’로 낮췄다. 대신 위안화 비중을 15%에서 30%로 늘리고 유로화를 35%에서 40%로 확대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압력 강화에 러시아는 최근 수년간 달러 자산을 줄여 나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년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을 80%에서 60%로 낮췄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달러 보유액을 줄이자 한때 87%에 달했던 달러의 글로벌 외환보유고 비중은 59%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달러화는 1971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발표한 ‘금과 달러의 교환 중지’ 정책 이른바 ‘닉슨쇼크’ 이후 그 가치가 과거에 비해 하락하긴 했어도 줄곧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해왔다. 세계 무역 결제의 절반 가까이가 달러로 이뤄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은 국제 무역 과정에서의 경제 정보를 단숨에 파악할 수 있고, 이는 곧 글로벌 패권의 원천이 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와 달러를 둘러싼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3조 달러로 12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다. 인플레이션도 2008년 이후 최고치인 5%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의 부상이 대표적인 불안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달러화 지배력은 세계에서 가장 강하지만 그 헤게모니는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다”면서 “중국이 변동 환율제로 전환하게 되면 아시아에서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의 경제 규모를 추월하기까지 앞으로 30년 안팎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무역 기준으로 봤을 때 중국은 이미 미국을 넘어선 상태다. 실제로 지난 50년 사이 전 세계 상품 수출입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13%에서 11%로 줄어든 반면 중국의 비중은 1%에서 13%대로 확대됐다.
국제 통화 시스템의 안정성을 담당하는 국제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에서의 미국의 입김이 작아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IMF는 2023년 쿼터(회원국 출자재원) 증액을 계획하고 있는데 중국의 출자 비율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IMF는 각국의 출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산출한다.
현재 IMF 의결권 지분율은 미국이 17%로 가장 많은데 의결권이 15%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미국은 거부권을 사실상 잃게 된다. 미 의회가 증자를 거부하면 중국이 IMF를 포기하고 자국 주도의 새로운 기금을 설립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부상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