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가운데 16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도로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카불=AP/뉴시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인파가 카불 공항에 몰려들면서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2세 여아가 군중의 발에 짓밟혀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2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오전 카불 하미드 카이자이 국제공항에서 2세 여아가 밀려드는 인파에 넘어져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카불의 한 미국 회사에서 통역사로 일했던 한 여성은 아프간을 벗어나기 위해 남편과 2세 딸, 장애가 있는 부모, 세 명의 자매, 조카와 함께 공항 게이트를 향하는 무리에 합류했다. 그러나 갑자기 늘어난 인파에 밀려 가족 모두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여성은 “누군가 내 휴대전화를 밟아 부쉈고, 내 머리를 발로 찼다”고 밝혔다. 그는 간신히 일어나 딸을 찾아나섰지만 이미 군중에 짓밟혀 사망한 뒤였다.
이 여성은 “오로지 공포만을 느꼈다. 난 딸을 구할 수 없었다”며 “차라리 여기서 명예롭게 죽겠다. 남은 가족이 공항에 다시 갈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군 또는 미국 정부 관련 단체에서 일한 이들은 탈레반의 색출과 보복을 우려해 숨어 지내고 있다.
이들은 “탈레반을 뚫고 공항까지 갈 자신이 없다”며 “비행기를 타려는 시도를 포기했다”고 했다. 그는 “희망을 잃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