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부양책 등 맞물려 수요와 공급 엇갈린 탓
"탄소 관련 정책, 중국 물가상승률에 최대 4%P 영향"
2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내 식료품점들이 여전히 공급 문제와 씨름 중이면서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경영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했던 지난해 봄보다 지금 상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노동력과 식자재 공급 부족으로 매주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혼란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식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애완동물 사료부터 통조림에 이르기까지 가공식품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WSJ는 관계자를 인용해 “제조사들은 코로나19 격리나 몇 차례에 걸친 경기부양책으로 많은 직원이 집에 머물면서 수요를 맞출 충분한 물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미국의 6월과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4% 상승했다. 7월 CPI의 경우 월가의 전망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여전히 13년 내 최고치를 유지 중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탈탄소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가중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책입안자들이 탄소 제로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기 위해 높은 초기 비용을 감수하면서 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살만 아흐메드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탈탄소 정책이 시작하고 탄소 배출과 관련한 위험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이로 인한 탄소 배출량 가격 상승은 향후 몇 년간 인플레이션 상승에 의미 있는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탄소 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중국의 경우 탈탄소 정책이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이 올해 1%포인트에서 2026년 4%포인트로 확대되고 2031년이 돼서야 ‘제로(0)’%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같은 이유로 픽텟그룹의 크리스토프 도네이 애널리스트는 2025~2030년 사이 중국과 미국의 평균 인플레이션을 각각 3.1%와 2.1%로 제시했다. 지난해 기준 최근 10년간 양국 평균치는 각각 2.52%와 1.73%였다.
탈탄소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변동이 전 세계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윌리스타워스왓슨의 앤드루 주라브스키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지 낮아질지는 알 수 없지만, 변동성은 더 커질 것으로 믿는다”며 “탈탄소 세계로의 전환이 무질서하고 불확실한 결과를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