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밸류에이션·원자재 가격 상승에 반등 기대감
“기술, 신흥국 증시 이끌 것…한국·대만 수혜”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신흥시장 강세에 베팅을 걸었다. 백신 접종으로 경제활동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상황에서 신흥시장의 낮은 밸류에이션을 기회로 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3월 이후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자산 전략가인 유레 제릭은 “경기부양책과 낮은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신흥국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의 시저 마스리 신흥시장 자산 전략팀 대표도 “코로나발(發) 경제 충격에서 벗어나는 정상화가 증시에 반영이 안 됐다”면서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통화와 증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는 “신흥시장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선진국보다 뒤처질 것이나 선진국의 경제활동이 둔화하고 상품 가격이 오르는 4분기부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신흥시장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하면 글로벌 자본지출 증가가 신흥시장 증시에 매우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인베스트먼트는 특히 신흥시장 주가 상승 견인력으로 기술을 꼽으면서 한국과 대만 같은 나라가 수혜를 볼 것으로 진단했다. 코로나19 위기 가운데 기술 주도 시장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는 설명이다.
신흥시장이 이처럼 주목받는 데는 바닥을 친 주가가 한몫하고 있다. 신흥국 증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증시에 밀려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MSCI 신흥시장지수는 8% 상승에 그쳤지만, 선진국 지수는 그 두 배 이상 뛰었다. 2010년 10%에 달하던 중국 성장률이 2010년대 후반 6%로 낮아진 것은 물론 원자재 가격 하락, 기업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 영향이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덮쳤다. 글로벌 증시가 지난해 3월 저점에서 강하게 반등을 시작했지만, 신흥시장 증시는 이후 다시 하락세를 탔다. MSCI 선진국지수가 올해 초 이후 14% 상승했지만, 신흥국 지수는 5% 하락했다.
그러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인플레 조짐이 나타났고 중국과 미국의 인프라 계획으로 원자재 가격이 들썩였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는 중앙은행의 막대한 유동성을 배경으로 한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함께 유동성이 사라지면 미국증시가 우위를 잃으면서 신흥시장 주식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글로벌 투자사들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