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시장에 주의보 발령…사기·해킹 온상 돼

입력 2021-09-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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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 판매 가장하면서 신용카드 정보 도용하는 범죄 흔해
사용자 디지털 지갑서 계정정보 유출 피싱·바이러스도 발견
뱅크시·비플 등 유명 아티스트 작품 가짜로 나돌아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소에 6월 4일 한 NFT 작품이 전시돼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최근 각광받는 NFT(대체불가능 토큰) 시장에 주의보가 내려졌다.

NFT는 가상자산(가상화폐) 근간 기술인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디지털 자산에 가치를 부여하는 한편 위·변조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가상자산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예술가와 수집가들이 NFT 시장에 뛰어들면서 급성장한 이 시장에 발생한 보안 결함을 악용하는 사기꾼이나 해커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종을 울렸다.

세르비아 출신의 아티스트 밀로스 라이코비치는 7월 자신의 애니메이션 디지털 초상화가 NFT 작품으로 판매되는 것을 발견했다. 문제는 그가 NFT에 아직 손을 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NFT 장터인 ‘오픈씨(OpenSea)’에서 자신의 작품 122점을 총 5만 달러(약 5800만 원) 상당의 NFT로 판매하려던 사기꾼을 적발했다.

그는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해당 위조 페이지가 일시적으로 소멸됐지만, 이후 다른 버전이 등장한다”며 “팬들이 내 작품을 사랑하는 데 누군가가 그것을 이용해 도둑질하고 있다. 정말 화나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NFT 인기 덕에 미술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디지털 분석업체 댑레이더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약 24억 달러 상당의 NFT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NFT 아트의 인기에 불이 붙은 1분기의 23억 달러에서 약간 증가한 것이다.

현재 주요 회사와 갤러리가 NFT 아트를 다루고 있다. 비플(Beeple, 본명 마이크 윈켈만)의 작품이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6900만 달러에 팔린 것이 현재 NFT 판매 사상 최고액이다. 또 이러한 아트를 판매하는 수십 개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해 열기를 더 뜨겁게 하고 있다.

그만큼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WSJ는 가장 흔한 사기로 NFT 아트 판매를 가장하면서 실제로는 신용카드 정보를 도용하는 범죄가 있다고 전했다. 또 사용자 디지털 지갑에서 재무상황이나 보유한 가상자산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온라인 계정정보를 유출하는 피싱이나 바이러스도 발견됐다.

NFT의 매력 중 하나는 토큰 소유와 판매 정보가 블록체인에 기록돼 쉽게 추적할 수 있어 위·변조를 어렵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다른 특징은 사기 행위의 규모와 범위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영국 사이버 보안업체 다크트레이스의 맥스 하이너마이어 위협 추적 담당 이사는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사람이 갑자기 NFT를 생성하고 거래하기 시작하면서 해커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수집가들은 위대한 예술에 주목하지만, 나쁜 해커들은 보안 결함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세계적인 거리 예술가 ‘뱅크시’로 가장한 사기꾼이 여러 NFT 작품을 90만 달러에 판매했다. 진짜 뱅크시가 자신이 판매에 일절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오픈씨가 해당 사이트를 삭제했지만, 이미 돈은 빼앗긴 상태다. 오픈씨는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했지만, 부정을 줄일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유명 NFT 아티스트는 소셜미디어로 보내진 파일을 연 후 400만 달러 상당의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비플도 표적이 됐다. 한 디지털 아티스트가 크리스티에서 NFT 사상 최고액에 팔린 작품과 일치하는 복사본을 만들어 뿌린 것이다. 일부 사이트가 이 가짜 작품을 판매 대상에 올렸으나 복사본을 뿌린 아티스트가 알려 판매되는 것은 막았다. 그는 “NFT 시스템의 보안 결함을 경고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하는 이유는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위조품을 구입하면 환불이나 법적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은 불투명한 세계여서 법적 수단에 호소해도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WSJ는 지적했다.

업계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아티스트가 작품 견본을 대부분 무료로 제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데비안트아트는 NFT를 무단으로 재판매하는 부정 해위를 막고자 지난달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NFT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조사해 의심스러운 점이 나오면 아티스트에게 경고하고 있다. 일부 아티스트도 블록체인 인증 제공업체를 고용, 정품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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