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퍼주더니…국민에게 '고갈 위기' 부담 전가

입력 2021-09-01 18:07수정 2021-09-0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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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기금 2023년 고갈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충격이 계속 이어지면서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이 계속 늘어나 정부에서는 고용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고용보험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

정부가 1일 고용보험료율 인상(0.2%포인트↑)과 일반회계 예산(1조3000억 원) 투입 추진을 결정한 것은 고갈 위기에 놓인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볼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충격 대응으로 기금 재정이 악화돼 정부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업급여의 생계 보장 기능 강화 등으로 고용보험 기금 지출을 늘려온 현 정부가 기금 고갈을 막고자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꼴이 됐다.

정부는 2019년 10월 고용보험료율(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을 1.3%에서 1.6%로 0.3%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내년 7월부터 보험료율이 1.6%에서 1.8%로 오르면 2년 9개월 만의 인상 조치가 된다.

정부가 또 다시 보험료율을 올리기로 한 것은 고용보험기금이 고갈 위기에 놓여서다.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현 정부 첫해인 2017년부터 해마다 줄어 올해 말에는 4조7000억 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대출금 성격인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예수금(7조9000억 원)이 포함됐는데 이를 빼면 3조2000억 원 적자가 된다. 현 추세 대로라면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2023년 고갈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업급여, 고용유지지원금 급증 등으로 기금 재정이 악화돼 보험료율 추가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금 재정 건전화 악화 우려는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는 실업자의 소득 보장을 위해 2019년 10월 실업급여의 지급 수준을 인상하고 기간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실업급여 수급자 1인당 평균 수급액은 2018년 611만 원에서 지난해 887만 원으로 늘었다. 기금을 통한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지원도 확대된 것도 지출 부담을 키웠다. 이처럼 정부가 고용 안전망을 강화하면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급격히 악화했다. 결국 고용보험기금 제도 존립을 위해 정부가 고용보험료 인상, 세금 투입 등으로 재정 보강에 나서게 됐다. 국민적 부담이 커진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고용 안전망을 계속 강화해나갈 경우 국민적 부담이 더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특수고용직 종사자(특고), 플랫폼노동자,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전 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하고 있다. 실직 가능성이 큰 이들까지 고용보험 가입자로 편입시킬 경우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성이 악화돼 결국 고용보험료 인상 및 국가 재정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이에 앞서 국회예산정책처가 작년에 내놓은 고용보힘기금 재정 추계에 따르면 특고 고용보험 적용 시 해당 기금이 2021~2024년 흑자를 보지만 2025년부터 적자(-176억 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다. 만약 여기에 플랫폼 종사자 등까지 더해지면 적자폭이 더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적 여건이 악화돼 근로자의 소득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고용보험료를 인상하는 건은 근로자의 어려움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현 상황에서 고용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기보다는 차라리 정부가 실업급여, 고용유지지원금 등 기금 주요사업을 재정을 통해 집중 지원해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금 부족 때마다 정부가 예산으로 보전해주고, 취업계층에 대한 고용보험료 지원을 늘린다면 국민 혈세가 더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며 “고용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은 맞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큰 취약계층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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