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분은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야 하므로 석션팁을 재사용한 치과의사의 의사 면허 정지는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정상규 부장판사)는 21일 치과의사 A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치과의사 A 씨는 2019년 12월경부터 2020년 4월 8일경까지 자신의 병원에 방문한 환자(하루 약 50명)를 진료하면서 하루에 세 번 미만 정도 일회용 석션팁을 재사용했다.
석션팁은 치과용 의료용품으로 병원에서 환자의 입 안 이물질 흡입을 위한 기계인 석션을 작동할 때 환자의 입안 타액·물·소독제 등의 흡입을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구 의료법의 행정처분규칙에 따라 2020년 6월 16일 A 씨에 6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석션팁을 소독한 뒤 재사용해 환자에게 아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자신이 부당 이득을 취하지도 않았는데 면허정지 처분을 하는 것은 과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행정청 내부의 규정이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얽매는 효력이 없어서 관계법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행정처분이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춰볼 때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없다면 재량권 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구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을 한 번 사용한 후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같은 법의 행정처분기준에 의하면 A 씨의 석션팁 재사용 행위에 대해 6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한 의료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위반 행위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며 "처분 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위반행위의 기간과 정도, 관계 법령의 취지에 비춰볼 때 부당하다고 볼 때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