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판사 1명이 1년간 담당하는 사건 수가 46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일의 5.17배, 일본의 3.05배, 프랑스의 2.36배 수준이다.
23일 대법원이 공개한 '각국 법관의 업무량 비교와 우리나라 법관의 과로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법관은 총 2966명이다. 같은 해 민·형사 본안 접수 건수는 137만6438건이다. 판사 1인당 약 464건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민·형사 이외 본안 사건, 비송 사건을 더하면 판사 1인당 사건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독일은 판사 1인당 약 89.63건을 담당해 우리나라의 5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약 151.79건, 프랑스도 약 196.52건으로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적다.
대법원은 "독일과 같은 수준으로 사건을 담당해 처리하려면 우리나라 법관 수는 1만5356명이 돼야 한다"면서 "(현재보다) 1만2390명이 증원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 안팎에선 인원 부족에 따른 업무 부담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주최한 '법관의 업무 부담 분석과 바람직한 법관 정원에 관한 모색'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관련 설문조사에 응답한 법관 89%가 증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5%가 직무 수행으로 인해 신체 건강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고, 52%는 직무 수행으로 인한 번아웃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18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실시한 변호사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4%가 법관 증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9%는 법관을 늘리면 법원의 업무 과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과로와 관련성 있는 법관 사망사건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2년 울산지법 부장판사가 과로사로 숨진 이후 △2013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2015년 서울남부지법 판사 △2018년 서울고법 판사 △2020년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숨졌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과다한 법관 1인당 사건 수로 인해 충실하고 신속한 재판이 저해되고 있다"면서 "법관 및 재판연구원의 증원 등을 포함한 실질적인 대책을 시급히 논의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