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리더십’ 등으로 성공적 위기 대응…사회 진보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자의로 지난 2018년 말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선언함에 따라 16년 만에 총리 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메르켈 총리의 뒤를 누가 이을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물론 한 정당이 단독정부를 구성하기 힘든 독일 선거제도 특성상 연립 정부 협상 등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번에도 독일은 2017년 9월 총선을 치르고 나서 제4차 메르켈 정부의 출범은 이듬해 3월로 미뤄졌다. 각료직 분배뿐만 아니라 정책 조정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면서 내각 구성에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번에도 이 과정이 수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돼 새 총리가 결정되기까지는 메르켈 총리가 자리를 지키게 된다. 총리가 교체된 이후 메르켈은 독일 역사상 첫 여성·동독 출신의 총리로 선출된 이후 십 수년 만에 자기 뜻에 의해 총리직을 내려놓게 된 첫 번째 총리로 기록될 예정이다.
평범한 물리학자 출신의 메르켈 총리는 지난 16년 동안 국제무대에서 제자리를 지켜 위기 때마다 안정감을 주는 존재로 자리해 왔다. 지난 1989년 민주궐기(DA)라는 정치단체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그는 독일이 통일된 이후 기독민주당 연방하원 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후 1991년 여성청소년부 장관, 1994년 환경부 장관, 기민당 사무총장, 2000년 기민당 대표 등을 지냈다. 2005년 총리직에 선출된 이후 2009년과 2013년, 그리고 2017년 총선에서 연승을 달리며 4연임에 성공했다.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그의 은퇴는 벌써 많은 사람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정치적 색깔과 관련 없이 실용적 시각을 유지했으며, 소통, 절충과 타협을 통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마더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유럽 난민 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등 온갖 문제에 전략적 인내 등으로 성공적으로 대응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최저임금 도입, 동성결혼 허용, 탈원전 선언 등 국내 이슈에 대해서도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U를 이끌었던 메르켈 총리의 퇴임으로 유럽 정치는 새로운 과제를 맞게 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그가 퇴임한 이후 독일과 유럽에서 쉽게 메우기 어려운 공백이 생길 것”이라며 “새 총리가 어떻게 존재감을 발휘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역부족으로 평가되면 프랑스 대통령과 이탈리아 총리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