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취임사에서 ‘퍼펙트 스톰’이란 표현을 쓰며 리스크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헝다 사태로 들여다 본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도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헝다 사태가 해외 대체투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중국 쪽에 대한 투자 규모가 크지 않아서다. 헝다 사태가 글로벌 자산시장에 파급효과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단기적으로 국내 투자자 손실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해외 대체투자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잔존한다. 대체투자 시장은 전체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전히 정보 비대칭이 심하다. 특히 해외 부동산 투자의 경우 상당수 증권사들이 영업과 심사를 함께 맡으면서 자산 부실 문제도 불거졌다. 신한금융투자의 독일 헤리티지, KB증권의 호주 부동산펀드 등의 환매 중단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같은 불확실성에도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해외 대체투자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고수익성’을 꼽았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체투자는 채권보다는 수익률이 높고, 주식보다는 변동성이 낮다”며 “금리도 낮고, 증시 변동성이 높다 보니 대체투자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대체투자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올해 초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증권사들은 해외 대체투자 시 현지실사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외부 전문가로부터 감정평가와 법률 자문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모범규준의 실효성은 차치하더라도, 규제기관이 투자 리스크를 정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대체투자가 사모방식이나 기관투자자들에게 재판매(셀다운)하는 방식으로 도입돼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원 선임연구원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은 시행착오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증권사 자체적으로도 기준을 강화하고, 금융당국에서도 세밀하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개별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연구원은 “투자자들에게 재판매되지 않은 자산은 증권사가 보유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정보 투명성은 개별 기관이 관리해야 한다”며 “증권사 내부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투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효희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감독국 건전경영팀장은 “모범규준은 결과적으로 증권사 내부에서 충분하게 심사해 리스크를 관리하라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며 “(증권사들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전문가를 이용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내부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