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매파’ 카플란·로젠그렌, 부적절한 거래 파문에 불명예 사임…테이퍼링 향방은

입력 2021-09-2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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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금리 인상 예상 매파 연준 위원 9명 중 2명
조기 테이퍼링 압박하기도
지난해 주식과 부동산 자산 거래 내역 공개돼 비난
파월 의장 압박 줄고 재임 수월해질 것 전망도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2019년 11월 25일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이스트 하트퍼드/A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표적 ‘매파’ 인사들이 부적절한 주식 거래 논란 끝에 사임하기로 했다. 매파 인사들의 불명예 사임에 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는 각각 몇 시간 차이로 사임을 결정했다. 카플란 총재는 30일, 로젠그렌 총재는 내달 8일 떠나기로 해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선 볼 수 없게 됐다.

카플란 총재는 성명을 통해 “불행히도 최근 공개된 나의 재정 상태에 관한 관심이 연준의 중요한 업무 수행에 방해될 위험이 있다”며 “그래서 사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로젠그렌 총재는 건강상의 이유로 떠난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은 두 인사의 사임 모두 최근 불거진 불공정 주식 거래 논란에 따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두 총재는 지난해 주식과 부동산 연계 자산을 여러 차례 거래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연준 인사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카플란 총재는 애플과 아마존, 델타항공 등 주식 100만 달러(약 11억8000만 원)어치 이상을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고, 로젠그렌 총재는 부동산투자신탁 펀드 4곳에 투자하고 화이자와 셰브런 등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달 말까지 관련 자산을 처분하기로 했지만, 결국 사임으로까지 이어졌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2017년 5월 31일 뉴욕 외교협회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이로써 내년 금리 인상을 예상한 매파 연준 위원 9명 중 2명이 나가게 됐다. 또 이들은 조기 테이퍼링을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테이퍼링을 비롯한 연준의 정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이날 버지니아에서 열린 한 경제 콘퍼런스에서 “미국 경제는 테이퍼링을 위한 연준의 기준을 조만간 충족시킬 것”이라며 “고용 개선 흐름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테이퍼링이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사임하는 두 총재 모두 내년이 돼야 FOMC 의결권 행사 자격을 얻는 점도 정책 향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요인으로 보인다.

대신 두 매파 위원의 사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압박을 덜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 자문사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전략 책임자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내년 금리 인상을 내다본 두 명이 사임한다”며 “이는 28일 상원 위원회에서 증언하는 파월 의장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며 의장 재임이 무산될 위험을 줄여준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 임기는 내년 2월 만료된다. 현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재임과 다른 후보자 지명을 놓고 고심 중이다. 현지에선 올 가을 바이든 대통령이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사임 소식에 파월 의장은 “로젠그렌 총재는 두 차례의 경제 위기에서 긴급 대출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업무를 이끌었고, 카플란 총재는 유아 교육과 문맹 퇴치 등 광범위한 문제에 있어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냈다”며 그간의 노고에 감사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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