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이엘비앤티 전기차 인증했던 사례 없어"
美수출 공언한 카디널 측 판매망에 의문 이어져
에디슨모터스 뒤에도 KCGI와 키스톤PE가 존재해
'인수→구조조정→재매각'이 사모펀드들의 숙명
쌍용자동차 인수전에 뛰어든 예비 후보들의 인수능력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약 5000억 원을 제시한 이엘비앤티는 사업장의 실체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기술력을 강조하며 3000억 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제시한 에디슨모터스 역시 부품을 수입, 단순 조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쟁의 실체는 뒤에서 조용히 버티고 있는 사모펀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다시 먹튀 논란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이 때문에 나온다.
29일 이투데이 취재와 투자업계 분석 등을 종합해보면 쌍용차 본입찰에 나선 전기차 업체 이엘비앤티(EL B&T)는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
앞서 이엘비앤티는 카디널 원 모터스ㆍ파빌리온PE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본지가 대법원 등기에 나온 이엘비앤티의 본사 주소(경기도 하남시 하산곡동)를 찾아 가보니 해당 주소지에는 약 120평 규모의 2층짜리 임시 건물 창고만 존재했다.
이곳에는 업소용 주방기기 업체가 입주해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약 6년 전부터 이곳에서 사업체가 운영돼 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예전 전기차 회사 앞으로 우편물은 왔었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끊겼다”라고 말했다.
이 토지의 소유주인 60대 여성 역시 이엘비앤티 대표이사인 김영일 회장은 물론 등기이사 등과도 관계가 없었다.
이엘비엔티가 주장한 쌍용차의 미국 수출 가능성도 의문이다.
지난해부터 쌍용차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HAAH는 쌍용차의 미국 수출을 공언했었다. 미국과 캐나다에 확보한 130여 곳 딜러망을 통해 픽업트럭(렉스턴 스포츠)을 미국에 수출하겠다며 자신했다.
그러나 HAAH는 최근 파산했고 이름을 카디널 원 모터스로 바꿔 본입찰에 나섰다. 단독이 아닌, 이엘비앤티와 손잡은 컨소시엄의 일원이었다.
이엘비앤티 컨소시엄은 본입찰 직후 “카디널 측이 보유한 북미 판매 네트워크를 통해 쌍용차의 미국 수출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 달리 “카디널의 미국 현지 딜러망이 사라진 상태"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매체에 기고하며 이름을 알린 미국 경영 자문업체 ‘브리징컬처월드와이드’의 ‘돈 서더턴(Don Southerton)’ 최고경영자(CEO)는 이투데이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HAAH가 파산한 뒤 카디널은 현재 딜러 네트워크나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이라며 “카디널 측은 쌍용차를 미국으로 가져가 판매할 수 있는 판매 네트워크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The Truth must be told)”라고 덧붙였다.
이앨비엔티는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사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들은 단 한 대의 전기차라도 만들어 국내에 판매한 사실이 없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단순히 승합차를 캠핑카로 개조할 때에도 교통안전공단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라며 “이엘비앤티는 국내에 전기차로 인증을 받았던 이력이 전혀 없다”라고 확인했다.
독보적 기술도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특허청 특허정보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엘비앤티가 출원한 전기차 특허는 단 2가지. 그마저도 10여만 원에 불과한 등록요금을 내지 않아 2021년 9월 현재 관련 특허권은 소멸해 있다.
이에 대해 이엘비앤티 측은 “전기차를 만들어 판매한 적은 없지만, 배터리 기술은 보유하고 있다"라며 "독일 현지에서 배터리를 포함해 전기차 플랫폼 기술을 개발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영일 회장 역시 측근을 통해 본지에 공식 견해를 전달해 왔다. 김 회장은 “매각 주간사에서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이 되면 그동안의 내막을 모두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본입찰을 통해 3000억 원에 가까운 입찰가를 제시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역시 실체는 뒤에서 버티고 있는 사모펀드 KCGI와 키스톤PE다.
에디슨모터스의 강영권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관리 기술을 앞세워 쌍용차를 빠르게 전기차 회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런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다만 실질적인 기술력에 대해 완성차 업계에서는 여전히 의문을 남기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전기버스 개발 및 판매사는 총 7곳. 이 가운데 자일대우버스와 현대차만 자체개발 능력 및 자가인증 시설을 확보한 상태다.
에디슨모터스를 포함한 나머지 5곳은 전기차 관련 부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하는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사실상 자가인증 시설까지 갖춘 업체는 자일대우버스와 현대차를 제외하면 국내 완성차 업체로 간주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경우 공급원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쌍용차 본입찰에 나선 두 곳 컨소시엄 모두 매출 3조 원 안팎의 완성차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자금은 물론 조직력과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때문에 이들 뒤에 자리한 사모펀드가 실제 인수 주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구조조정→재매각’이 1차 목적이다. 관련 산업의 활성화보다 투자 대비 수익률 확보가 최대 과제인 셈. 이번 쌍용차 매각은 또다시 ‘먹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전반적인 판단이다.
쌍용차 매각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인수 전면에 나선 소규모 기업들과 달리 돈줄을 쥔 사모펀드들은 조용히 이를 지켜보는 양상”이라며 “쌍용차는 그동안 ‘먹튀’ 논란이 많았던 만큼, 투자와 엑시트(재매각)를 반복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 전면에 나서는 대신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