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 양극화 끝 어디까지…민주당 내분도 그 산물

입력 2021-10-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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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조 달러 대규모 지출안 놓고 온건파와 극진 좌파 대립 첨예
“구조적 요인, 극단적 진영에 힘 실고 온건파 약화시켜”
이데올로기에 의한 계층화·게리맨더링이 주원인

▲6일 미국 의회의사당 건물에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미국의 정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같은 당에서도 심각한 내분이 벌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건 대규모 지출 계획을 놓고 민주당 내 온건파와 극진 좌파 사이에서 대립이 첨예화하고 있다. 그만큼 정치 양극화로 인해 온건파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WSJ는 “최근 민주당의 내분은 8년 전 공화당 내에서의 대립을 연상시킨다”며 “당시 공화당은 치열한 내부 투쟁 끝에 분열했으며 그 무엇보다 이념을 중시하는 새로운 구성원들이 당의 온건한 지도부를 압도했다”고 소개했다.

8년 전 공화당 보수주의자들은 ‘오바마케어’의 재원을 끊는 노력에 대해 국민 지지를 얻고 있다고 확신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는 고용 창출과 사회보장, 기후변화 대책을 담은 3조5000억 달러(약 4181조 원) 규모 대규모 지출안을 국민이 지지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민주당 좌파의 모습과 겹친다고 WSJ는 꼬집었다.

8년 전 소동을 목격했던 공화당의 한 고위 간부는 “지금은 바로 2013년 상황을 상기시킨다”며 “정당 간 그리고 당내 정치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런 정치적 상황이 반복되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중도파를 약화시키면서 양당의 이념적 날개에 힘을 실어준 구조적 힘의 결과이며 현재 민주당이 처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정치 양극화가 두 정당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당 안에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WSJ는 설명했다.

구조적 요인으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미국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계층화와 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둔 하원 선거구의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부자연스럽게 결정하는 일)’이 합쳐져 이런 상황이 생겨났다.

미국 사람들이 빨간색(공화당 상징하는 색)과 파란색 ‘영토’로 각각 나뉘어 문화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생각이 가까운 사람과 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회가 그 어느 때보다 비슷한 생각을 지닌 유권자가 특정 선거구로 모이게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즉,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당의 핵심 지지층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도 당선이 확실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에 상대 정당이나 심지어 당내 온건파와도 얘기할 필요가 없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정치적으로 타협하는 의원들은 자신의 선거구에서 유권자들의 강한 적대감에 직면하게 된다. 배신자로 찍히면 재선을 건 다음 경선에서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된다. 결국 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이 엇갈리는 ‘스윙 선거구’ 출신 하원의원 수는 양당 모두 감소하게 된다. 이들은 폭넓은 유권자층에 호소할 필요가 있는 의원들이다.

선거 분석 기관 쿡폴리티컬리포트에 따르면 1997년 하원 총 435개 선거구 가운데 ‘스윙 선거구’는 164구였지만, 현재는 78구로 격감했다. 반대로 얘기하면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훌쩍 승리할 수 있는 선거구가 절반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런 흐름에서 중도파는 쫓겨나고 있다. 민주당 하원의원 중 극진 좌파 진영에 속한 사람은 95명에 달하지만, 58명만이 ‘스윙 선거구’ 출신이다. 다시 말해서 민주당은 하원에서 간신히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중 극진 좌파가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도 같은 역학관계가 유지된다. 극우 성향이며 극단적인 발언으로 같은 당에서조차 반발을 사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선거구는 미국에서 12번째로 공화당 지지가 강한 지역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이렇게 계층화된 환경이야말로 정당 간이나 당내 양측에서 서로 양보하기를 어렵게 하고 있다. 비교적 쉬운 문제는 어렵게 하고 어려운 문제는 타협 불가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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