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붕괴ㆍ환율 상승 등 겹악재…소비자물가 10년 만에 3% 전망
정부, 공공요금 동결로 '물가잡기'
에너지 가격 인상 등 부메랑 우려
휘발유 가격을 비롯해 쌀 등 생필품 물가가 치솟으면서 서민 경제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10년 만에 3%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국제유가는 7년 만에 80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은 연말에 이어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으로 정부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공공요금 동결 처방을 내렸지만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731.17원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가격은 14일 7년 만에 1700원을 넘어섰다. 전국 경유 평균 가격은 ℓ당 1529.17원을 기록했다.
현지시간으로 15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는 배럴당 82.28달러로 거래를 마감하면서 7년 만에 80달러를 넘어섰다. 시차를 고려해 국내에 영향을 끼칠 경우 휘발유 가격은 2000원까지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수산물 소매 가격도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18일 기준 쌀 20㎏ 소매가격은 5만5329원으로 평년 가격 5만825원에서 8% 이상 올랐다. 콩 가격은 500g에 5680원으로 지난해(4860원)보다 16.9% 올랐고, 축산물 중에선 달걀(4.6%)과 우유(5.6%) 가격이 나란히 올랐다. 삼겹살 가격은 지난해보다 14%가량 오른 100g당 2604원을 기록해 소비자들 사이에선 ‘금(金)겹살’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닭고기 역시 지난해보다 5.5% 오른 1kg당 5543원을 기록했다.
실제 국내 소비자물가는 올해 4월부터 6개월 연속 2% 상승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생활필수품 38개 품목의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9개 품목이 올랐고, 상승률은 6.3%에 달했다. 여기에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2년 2월 이후 10년 만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기저 요인이 크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 3%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기술적으로 봐도 올라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물가 상승은 유가 상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 그리고 환율 상승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장기화될 전망이다. 특히 유가와 환율 상승은 수입 원유 가격을 높여 공산품 물가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물가 인상 상황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진행되는 물가 상승은 식료품 상승에 국한됐던 것과 달리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정부의 물가관리 목표인 2%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한 방안으로 유류세 할인을 비롯해 공공요금 동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서 2018년 정부는 유류세를 인하해 휘발유·경유 가격을 ℓ당 100원 정도 내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11월 도시가스 인상은 없다”며 “공공요금은 하반기 가능한 한 동결하고 꼭 해야 하면 내년으로 분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요금 동결을 통한 인위적인 물가관리는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억눌렀던 공공요금이 이후 에너지 가격 인상과 공급망 쇼크 등으로 증폭돼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요금 때문에 공기업에 부채가 쌓이면 결국 국민 세금이 사용돼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공공 서비스 산업 측면에서 공기업 경영이 만성적으로 부실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정치적 고려에 따라 에너지 요금을 낮게 유지하면 에너지 낭비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