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실수요자 청약시장 몰려
대구·제주 등 미분양 속출 지역
최근 '1순위 마감' 성공 잇따라
중도금 대출이 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칼날을 피하면서 가뜩이나 달아오른 청약시장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신규 분양 아파트에 적용되는 중도금 대출을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잔금 대출 역시 내년 1월 전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단지에 한해 DSR 계산에서 배제했다. 정부 대출 규제로 주택 매수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진 만큼 주택 실수요자는 연말까지 청약에 ‘올인’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때문에 청약경쟁률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중도금 대출 숨통을 틔우자 청약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특히 대구와 제주 등 최근 미분양이 속출했던 지역에서 1순위 마감에 성공하는 단지가 속출했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대구 수성구 시지동에서 분양한 ‘시지 센트레빌’ 전용면적 84㎡형은 최고 2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78㎡형 역시 4대 1로 1순위 청약을 마쳤다. 불과 일주일 전 같은 지역에서 분양한 ‘수성레이크 우방아이유쉘’이 한 평형을 제외하고 모두 미달한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180도 뒤바뀐 셈이다.
시지동 H공인중개 관계자는 “시지 센트레빌이 입지가 좋은 까닭도 있겠지만 최근 대구 청약시장이 싸늘하게 식은 것을 감안하면 1순위 마감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중도금 대출이나 잔금 대출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보니 실수요자들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청약 성적이 저조했던 제주 분양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받은 ‘한화 포레나 제주중문’ 아파트는 평균 4.3대 1의 경쟁률로 전 평형 1순위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전용 84㎡형은 39가구 모집에 180명이 청약통장을 던져 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날 분양한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는 전용 84A㎡형 6가구 모집에 총 625명이 몰리면서 최고 207대 1의 세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출 규제 영향으로 주택 매수가 어려워진 만큼 청약통장을 보유한 무주택 실수요자는 3기 신도시나 지방 아파트 등 청약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 정책에 무책임” 비판도
금융당국은 중도금 대출과 잔금대출을 가계부채 총량 규제 대상에 제외했다. 주택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전세대출과 재건축·재개발 주택 이주비 대출 등과 함께 DSR 규제 대상에서 뺀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올해 4분기 입주 단지 110여 곳 전체에 대한 잔금대출 중단이 없도록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자세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DSR은 개인이 받은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내년 1월부터 총대출 2억 원을 초과하면 부동산 규제지역 여부와 상관없이 DSR 40%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분양주택 중도금 대출은 DSR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잔금 대출은 내년 1월부터 DSR 계산 시 포함된다. 다만 정부는 실수요자 보호와 소급적용 논란을 피하고자 내년 1월 이전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경우 DSR 계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만약 8월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분양 단지의 잔금대출을 2023년 12월 2억 원을 받더라도 DSR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무주택자들은 대출 규제를 피해 내년 이후에도 청약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이번 대출 규제의 본질은 결국 무주택자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주택 구매를 막는 것인데 이러면 정부 말만 믿고 아파트를 매수하지 않은 국민은 뭐가 되느냐. 대출 규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