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성 보상 아닌 대출 지원책…“현실과 동떨어진 대책” 비판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피해에도 손실보상을 받지 못한 제외업종에 저리 대출 등의 방식으로 2조 원을 투입기로 했지만, 현금성 보상이 아닌 대출 지원이 핵심이어서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상공인정책심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회복지원 방안’ 등을 심의ㆍ의결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누적된 간접 피해를 받은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조처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집합금지ㆍ영업시간 제한이 아닌 ‘인원ㆍ시설운영 제한’ 방역 조치를 이행한 손실보상 비대상업종에 대한 지원이다. 여행ㆍ숙박시설을 비롯해 공연업, 결혼식장, 장례식장, 미술관, 박물관, 키즈카페 등이 포함된다. 면적 4㎡당 1명 입장, 좌석 두 칸 띄어 앉기, 시설 내 음식 섭취 금지 등으로 피해가 컸는데도 집합 금지, 영업 제한 대상이 아닌 탓에 손실보상금을 받지 못했던 업종들이다. 정부는 최저금리인 1.0%로 2000만 원 한도의 일상회복 특별융자 2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7월 7일부터 9월 30일까지 시행된 인원ㆍ시설운영 제한 방역 조치에 따라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으로 올해 9월 30일 이전에 개업한 업체가 대상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올해 7~9월 매출액이 2019년 또는 작년 동기 대비 분기별ㆍ월별 매출이 하나라도 감소하는 등 다양한 기준을 적용해 최대한 많은 소상공인이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9일 9시부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정책자금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대규모 행사들도 연내 줄줄이 진행한다. 크리스마스마켓을 비롯해 우수시장박람회, 전 국민 시장가는 날, 찾아가는 현장라이브 등의 행사가 이어진다. 크리스마스마켓은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전국 상점가ㆍ전통시장이 동시에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로 열린다. 전통시장ㆍ상권 400개, 민간 온라인 플랫폼 40개, 중소ㆍ소상공인 약 4만 개사 내외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전 국민 시장가는 날은 매달 넷째 주 일요일을 ‘시장가는 날’로 지정하고, 매월 1억 원의 경품 추첨을 통해 전통시장ㆍ상점가의 소비 활력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내달부터 내년 6월까지 약 6개월간 이어질 전망이다.
배달앱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의 배달 수수료 일부를 지원하는 ‘배달수수료 지원사업(가칭)’도 추진한다. 소상공인 부담 배달료 일부를 정부-플랫폼사 1대 1 매칭해 올 하반기 시범 운영하고, 내년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배달 수수료가 4000원인 경우 소상공인이 2000원, 정부가 1000원, 배달앱 플랫폼이 1000원을 각각 부담하는 방식이다.
온ㆍ오프라인 유통망 확대한다. 소상공인의 온라인 판로개척을 지원하고, 구독경제(정기결제) 활성화로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구독경제의 경우 올해 2곳(프레시지, 오아시스)인 시범 업체를 내년에는 5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백년가게 등 우수 음식점 ‘밀키트’ 제작ㆍ유통도 지원하기로 했다. 백년가게는 지난해 724개, 올해 1022개를 선정했는데 내년에는 13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전통시장 디지털화를 위해 내년에 1조5000억 원 규모의 모바일ㆍ카드 온누리상품권도 발행한다. 전용 앱 서비스(Z-MAP) 운영 등을 통해 5000억 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역 화폐 등 소비자에게 익숙한 ‘충전형 카드 상품권’을 1조 원 규모로 발행한다.
정부가 대출지원을 골자로 이번 방안을 내놓은 것은 현금성 보상이 집합 금지ㆍ제한 금지 업종에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저리 대출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빚을 내야 받을 수 있는 혜택이기 때문이다. 이미 수천, 수억 원의 빚을 안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빚을 더 내라는 거냐”는 반발을 쏟아내고 있다. 현장에선 ‘손실보상’인 만큼 현금성 보상이 적절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대위원장은 “반색하는 자영업자도 있을 것으로 보이나 대출을 꺼리는 자영업자가 많아 직접적인 손실 보상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 진작을 위한 각종 지원책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영업 피해가 2년 동안 누적되면서 당장 지원의 절실한 상황에 전 국민 시장가는 날이나 소상공인 사업장의 스마트화 및 신기술 보급하는 지원책 등은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 하는 소상공인의 입장과 괴리가 큰 정책들이다.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연합회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소상공인ㆍ자영업자들은 계속 빚의 굴레에 묶여서 연명하라는 것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고 연합회 측은 날을 세웠다.
그간 소상공인업계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하한액(10만 원) 상향과 전국 평균을 기준으로 한 고정비 산출 기준 다양화, 손실보상 제외업종 추가 지원 등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각 부처의 기금 활용을 통한 현금성 지원이 절실하다고 촉구해 왔는데도 직접적인 자금 지원이 무산돼 기대에 미치지 않는다”며 “대출한도가 이미 꽉 차 있는 경우 추가 대출이 가능할지 역시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