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이커머스 새주인 찾기 마무리…네이버ㆍ쿠팡ㆍ이마트 등 2세대 빅3, 적자 불사한 투자 경쟁
1세대 이커머스 업체들의 새주인 찾기가 마무리되면서 업계의 시선은 2세대 이커머스 업체로 쏠리고 있다. 2세대 이커머스 업체들은 여전히 적자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서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확실한 주도권을 잡은 업체가 나타날 때까지는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코리아센터는 '다나와'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다나와에 앞서 이베이코리아와 인터파크도 새 주인을 맞았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올해 6월 신세계그룹 이마트 품에 안겼고, 인터파크는 지난달 14일 야놀자와 여행·공연·쇼핑·도서 등 '인터파크 사업 부문'의 지분 70%를 2940억 원에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올해 1세대 이커머스 기업들이 줄줄이 새 주인을 맞은 것은 업계 구도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가 대세를 이루면서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이커머스 시장은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과 대규모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1세대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마무리 수순을 밟으면서 2세대 업체들의 경쟁 구도로 시장의 관심이 옮아가고 있다. 쿠팡을 비롯해 SSG닷컴, 롯데온, 11번가 같은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은 모두 올 3분기에도 영업손실이 지난해 동기보다 크게 늘었다. 확실한 1위가 없는 상황에서 이커머스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자 실적과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온라인쇼핑 동향)를 보면 전자상거래 시장 거래액은 2018년 이후 2020년까지 매년 16~20%씩 불어났다. 이용자가 꾸준히 늘면서 이들 업체의 매출액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3분기 쿠팡의 매출액은 5조4780억 원으로 작년 3분기 대비 48.1% 늘었고 네이버 커머스부문은 3803억 원으로 33.2%, SSG닷컴은 3865억 원으로 14.7% 증가했다. 롯데온의 매출은 240억 원으로 유일하게 전년대비 14% 줄었다.
하지만 치킨게임식 경쟁이 지속되면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은 적자 폭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류창고 투자 확대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같은 기간 쿠팡의 영업손실은 371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100억 원 가량 늘었고 SSG닷컴도 350억 원 가량 적자 폭이 확대됐다. 롯데온도 3분기 영업손실 460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적자폭이 180억원 가량 늘었다. 네이버의 경우 커머스 부문의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SSG닷컴이나 롯데온, 네이버 등은 모기업이 투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쿠팡은 올 들어 네 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총 1조38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두 번에 걸쳐 부동산을 담보로 3700억 원의 대출을 받기도 했다.
승자 독식이라는 온라인 사업의 특성상 독보적인 기업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치열한 경쟁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빅3로 분류되는 쿠팡, 네이버, SSG닷컴의 점유율 차이는 크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쇼핑이 17%, 쿠팡이 13%, 점유율 3%에 불과하던 쓱닷컴이 이베이코리아와 합쳐지면서 15%의 점유율로 2위가 됐다. 미국의 경우 아마존이 47%, 중국의 경우 알리바바가 56%로 이커머스 시장을 차지하면서 독주체제가 갖춰진 상태다.
이 때문에 이커머스 상위 업체들은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면서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감추지 않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부산, 청주, 김해, 창원, 완주 등 전국 10개 지역에 신규 물류센터를 오픈하고 해당 지역에 1만3000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1조50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정부 및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소상공인, 농가, 축산농가가 온라인 시장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4000억 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기존 신세계 그룹의 오프라인 자산과 온라인 콘텐츠의 밸런스가 맞춰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인프라와 IT 투자를 이어가 온라인도 잘하는 오프라인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며 적자와 상관없이 점유율 키우기에 집중하는 이른바 '쿠팡식' 성장 모델이 주를 이루고 있다"라며 “3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업체가 등장할 때까지 적자를 불사한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