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사업 소회도…“엄청난 투자에 때로는 두렵다”
ESG 경영 강화·행복한 기업문화 조성에도 초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공장(팹·Fab) 건설 여부에 대해 “아직 계획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올라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는 시스템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공식화한 뒤 나온 언급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은 배터리 사업에 대해서도 “엄청난 투자 규모에 두렵다”며 자신의 소회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최 회장은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묻는 말에 “팹을 짓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도전”이라며 “미국에 반도체 제조 시설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지만, 이를 위한 전제조건(Precondition)을 살피고 있다”고 답했다.
최 회장이 반도체 공장 건립이 ‘완전히 다른 도전’이라고 언급한 것은 인력과 비용 조달의 어려움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국이 거대한 시장이지만 노동력과 비용이 문제”라면서 “(미국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많지만, 생산에 필요한 기술 엔지니어는 그리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와의 합작 법인 설립 배경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SK온은 지난 9월 포드와의 합작사 ‘블루오벌SK’를 통해 미국에 총 3개의 공장을 신축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최 회장은 포드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합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포드는 배터리 공급 파트너사가 필요했다”면서 “우리가 많은 세월 함께 사업을 해왔고, 두 회사가 서로 신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거의 20년 동안 배터리 사업을 해오며 여기에 많은 자금과 연구·개발(R&D) 노력을 투자했지만, 여전히 돈을 잃고 있다”며 특히 “자본지출(CAPEX)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가끔은 이 같은 숫자들이 두려울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합작사를 만든 것도 이런 이유였고 이는 실제로 설비투자 지출을 줄이는 방안이기도 하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배터리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최 회장은 “배터리 시장에서 큰 것을 노리고 있다”면서 “우리의 투자가 시장에서 반드시 보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이 전기차를 갖고 싶어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고 설명했다.
WSJ는 SK가 올해부터 2025년까지 배터리 생산에 약 150억 달러(약 18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며 같은 기간 반도체와 그린 테크놀로지, 바이오제약 등에 대한 자본지출은 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최 회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와 행복한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금을 얼마나 내고, 임금을 얼마나 제공하는지 등 ESG 목표와 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측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아직 표준으로 삼을만한 기준이 없어 우리가 직접 사회적 가치 체계를 개발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