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경영계 모두 '불만'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와 노동계 간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경영계는 근로자의 부주의로 인한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 면책 규정이 없고, 법상 안건보건조치 의무가 있는 경영책임자의 범위가 불분명한 점을 문제로 삼으며 법 수정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법 적용을 제외하는 것은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 위험을 방치하는 것이라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먼저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에 경영책임자에 대한 면책 조항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석민 한국경영자총협회 산업안전팀 선임위원은 “근로자의 부주의 등 고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을 해준다는 조항이 있어야 불안하지 않는다”며 “정부에서는 이런 경우 처벌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면책 조항이 없으면 결국 여론에 의한 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처벌 규정이 과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홍 선임위원은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것은 상한형이 아닌 하한형을 설정한 것으로 이 경우 고의범에 해당하는 강한 처벌”이라며 “작은 사업장의 경우 대부분 경영주가 사업주인데 징역을 받으면 사업장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린다”고 우려했다.
또 경영 책임자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홍 선임위원은 “원·하청 관계에서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범위가 확실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며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사업장을 운영·관리하는 경우 하청의 경영 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지, 또 하청업체가 재하청을 준 경우 책임 범위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모호하다”며 “이 과정에서 불법 파견이나 경영 간섭의 상황이나 소송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통해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경영 마인드 인식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원래 입법 취지에 걸맞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주장한다. 법 적용대상이 부분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서강훈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차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기 발의안에 비교하면 대부분 조항이 후퇴했다”며 “우선 5인 미만 사업장이 법에서 적용제외 되면서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위험에 방치되는 문제가 생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법인 벌금조항에 상한선이 생겨 기업의 선제적인 투자 효과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고, 올해 6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로 부각된 발주의 개념이 빠진 것도 문제”라며 이에 대한 즉각적인 법 개정을 촉구했다. 아울러 법 적용이 3년 유예된 5~49인 사업장에 대한 정부 지원이 미흡한 점, 법 취지에 맞지 않게 과로사 요인인 뇌·심혈관계 질환을 중대산업재해에 포함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서 차장은 또 “플랫폼 중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의 사업장은 그 플랫폼을 이용해 노무를 제공하는 자가 수십, 수백, 수천이라도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근본적으로는 법의 미비한 지점을 개정해 법의 원래 취지에 맞게 종사자와 이용자 즉,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포괄적인 안전·보건 관계 법령을 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