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조성원가' 10개 항목 첫 포함
내년까지 10년치 34개 단지 공개
LH "분상제 통해 적정 분양가 책정"
건설업계 "마감재 등 차이 커" 항변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SH공사의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한 것을 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민간 건설사들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15일 서울시와 SH공사는 SH공사가 건설한 아파트의 분양원가와 원가 산정기준이 된 택지조성원가 등 71개 항목을 전면 공개했다. 설계‧도급 등에 대한 내역서를 공개한 곳은 있었지만, 아파트 분양원가를 산정해 공개하는 것은 서울시가 전국 최초다.
분양원가 공개제도는 분양원가 구조를 투명하게 밝혀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도입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2012년 주택시장 침체를 이유로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기존 61개에서 12개로 축소했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2019년부터 다시 62개 항목으로 늘렸다.
서울시와 SH공사가 분양원가 공개범위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건설사·시행사에 과도한 개발이익이 돌아가는 점은 줄이고 아파트값 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으려면 분양원가를 알아야 하고, 분양원가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해지면 자연스럽게 집값도 잡힐 것이라는 발상이다.
법원도 분양원가 공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앞서 6월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김국현)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LH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경실련은 2019년 LH를 상대로 동탄2·화성동탄2·미사·판교·제주서귀포혁신도시·광교 등 12개 단지의 설계명세서, 도급명세서, 하도급 명세서, 원하도급대비표 등 분양원가 관련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LH는 관련 정보가 공개될 경우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했으나, 재판부는 이들 정보가 정보공개법에서 규정한 비공개 정보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LH 관계자는 “이미 분양가상한제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분양원가 공개범위를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 따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LH는 이미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적정선에서 분양가가 책정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이뤄지면서 민간 건설사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004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SH공사가 발주한 상암7단지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해 SH공사가 분양원가 대비 40%의 폭리를 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건설사들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10여 년 넘게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사비가 그만큼 높게 책정돼야 하는데 현재도 LH의 최저가 입찰을 받고 실제 공사비와 비교해보면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실내구조나 옵션, 마감재 등에서 많은 차이가 나는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