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5.47%↑…17개월 연속 상승
치솟는 전셋값에 '월세'로 내몰려
집주인들도 세금 부담에 월세 전환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가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되고 있어서다. 올해도 전셋값 상승이 예견될 뿐만 아니라 8월 계약갱신 청구권이 소진된 물량들이 대거 나타나는 만큼 월세 가격도 몸값을 더 키울 가능성이 크다.
2일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09.4를 기록했다. 이는 해당 통계가 작성된 2015년 이래 최고치다. KB아파트 월세지수는 2019년 1월을 기준(100)으로 전용면적 95.8㎡ 이하 중형 아파트의 보증금과 월세 가격 변동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지난해 서울 월세지수는 1년간 5.47% 올랐다. 특히 새로운 임대차법 시행 일이었던 2020년 7월을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7개월 연속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124만1000원이다. 같은 해 1월 113만 원과 비교하면 9.82%, 2020년 7월 111만8000원과 비교하면 11% 상승했다.
월세 가격 상승 이유는 올해 임대차3법이 본격 적용되면서 전셋값이 급등하자 보증금 마련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월세로 갈아타면서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월 4억8635만7000만 원에서 12월 6억3223만6000만 원으로 약 30% 상승했다.
문제는 이러한 전셋값 상승 기조가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전셋값 부담에 이른바 ‘월세 난민’이 많아지면서 월세 가격도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전국 기준 전셋값이 6.5% 상승할 것으로 진단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아파트 기준 전셋값이 올해 4.0%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산업연구원도 임대차3법으로 물량이 감소하면서 나타난 전셋값 상승 추세가 올해에도 이어져 전셋값이 3.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8월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대차 매물들이 시장에 대거 풀리는 만큼 새로운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전·월셋값이 큰 폭으로 뛸 것으로 보인다. 한 번 신규 계약을 체결하면 기존 계약 기간 2년에 갱신 계약 2년 등 4년이 묶이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한 번에 대폭 올려받고 있어서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가 더 강화되는 만큼 세금 부담을 느끼는 집주인들을 중심으로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반포동 D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올라 진입장벽이 높아져 월세 계약이 늘고 있다”며 “세금 부담도 커진 만큼 4~5년간 전세를 뒀던 집주인들도 최근 월세로 바꾸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