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U 등 평화적인 해결 촉구
카자흐, 세계 우라늄 40% 생산...산유량도 OPEC+ 2위
미ㆍ러, 우크라 사태 놓고 담판 돌입...냉전 이후 최대 분수령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유전지대인 망기스타우주 자나오젠시에서 2일 차량용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폭등 불만으로 시작된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격화했다.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는 시청사와 대통령 관저가 불탔다. 이날 오전 기준 시위자 5100명이 붙잡혔고 카자흐스탄 정보기관인 KGB 수장도 반역 혐의로 체포됐다. 시위대와 경찰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군에 조준 사격까지 허용했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강대국들도 행동에 나섰다. 러시아와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등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들은 6일부터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CSTO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국제기구로, 투입된 병력 상당수는 러시아 공수부대로 이뤄졌다.
중국도 거들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서한을 통해 “카자흐스탄 정부가 단호하고 강력한 조처를 해 상황을 신속하게 진정시켰다”며 러시아와 함께 정부 편에 섰다.
러시아가 카자흐스탄 사태에 노골적으로 개입하자 서방 국가들은 경계 목소리를 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집행위원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민의 권리와 안전은 기본적인 것이고,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폭력적 진압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역시 성명에서 “모든 카자흐스탄인이 헌법과 인권, 언론 자유를 수호하고 현 비상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내부 갈등이 강대국 충돌로 비화하면서 원자재 가격도 폭등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당 42달러 선에서 마감했던 우라늄 가격은 4일 43달러에서 5일 45.25달러까지 치솟더니 전날 46.35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역시 카자흐스탄 비상사태 선포 소식에 6일 하루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2%대 급등했고, 브렌트유는 한때 83달러를 웃돌기도 했다. 또 같은 날 비트코인은 4만1000달러대까지 급락하는 등 주요 자산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원자재와 가상자산 가격이 큰 폭 흔들린 배경에는 카자흐스탄의 입지가 자리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우라늄 세계 1위 생산국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40%를 책임지고 있다. 또 중앙아시아 최대 원유 생산국이자 전 세계 12번째 보유국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큰 산유국이다. 2020년 기준 하루 180만 배럴을 생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세계 2위 채굴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