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 2030년대 발전소 건립 목표
민간 핵융합 기업 최소 35개...18곳 18억 달러 투자금 유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이 글로벌 탈탄소 추세에 힘입어 뜨고 있다. 관련 기술이 큰 진전을 보이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도 대폭 늘었다. 투자 열기도 뜨겁다.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핵융합 발전’의 조기 상용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시장이 핵융합 발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먼 미래 이야기에서 조기 실현 가능으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 애초 과학자들은 핵융합 발전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기를 2050년으로 잡았다. 이마저도 낙관적으로 봤을 때다. 2070년은 돼야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소 30년, 길게는 5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 이유는 핵융합 자체가 불가능의 영역으로 평가받아왔기 때문이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에너지 원리를 모방했다. 태양은 플라스마(양 혹은 음으로 이온화된 기체) 상태에서 수소 원자핵들이 융합해 빛과 열에너지를 뿜어낸다. 핵융합 발전을 ‘인공태양’이라 부르는 이유다. 핵분열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 원자력발전소와 반대 원리로, 방사성 물질이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연료는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사용한다. 중수소는 바닷물을 전기 분해해 얻는다. 삼중수소는 리튬과 중수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만든다. 연료를 구하기 쉽고 자원도 무한하다.
또 핵융합로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반응이 정지돼 장치가 멈추므로 안전성 측면에서 기존 핵분열 원전보다 월등히 높다.
‘꿈의 에너지’이지만 1955년 처음 제기된 이래 아직 누구도 완성형 기술을 내놓지 못했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전력보다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민간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떨어져 나온 미국 핵융합 스타트업 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는 2030년대 초 핵융합 발전소 건립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18억 달러(약 2조1000억 원) 이상의 자금도 조달했다. 핵융합 분야 투자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더 주목받는 것은 투자자 ‘라인업’이다.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 구글과 세일즈포스 등 글로벌 ‘큰손’들이 자금을 댔다. 핵융합이 더는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님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공동 설립자이자 커먼웰스퓨전의 초기 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는 “핵융합에 대한 관심은 자선활동이 아니다. 큰 재정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보고 있다”며 “내가 틀렸다면 투자한 돈만 잃지만 성공한다면 그 100배를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코먼웰스퓨전의 밥 멈가드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공상과학으로만 여겨졌던 핵융합이 불가능에서 이제 불가피한 것으로 바뀌었다”며 “조달 자금을 기반으로 2025년까지 ‘순수 에너지 융합 기계(net-energy fusion machine)’를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초 5억 달러를 유치한 스타트업 헬리온에너지는 2024년 세계 최초 핵융합 발전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캐나다 업체 제너럴퓨전도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영국에 시범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크리스토퍼 모우리 제너럴퓨전 CEO는 “핵융합 발전은 무(無)사고, 무낭비, 비(非)무기화를 의미한다”며 “한 세기 넘게 세상을 위협해온 에너지 안보 문제도 제거한다”며 희망을 말했다.
기업들이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투자도 늘고 있다. 핵융합산업협회와 영국 원자력청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민간 핵융합 기업은 최소 35개에 달한다. 그중 18곳은 총 18억 달러의 투자 자금을 유치했다. 조사에 응한 23개 기업 중 절반은 최근 5년 내 설립됐다.
현재 세계 최대 핵융합 프로젝트는 국제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다. 프랑스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자금 규모만 220억 달러에 달한다. 2025년 말까지 ‘과가열 플라스마’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실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은 이후 10년 뒤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핵융합 발전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지구온난화를 늦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기후변화 대응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헬리온의 데이비드 커틀리 CEO는 “나 또한 회의론자였다”며 “그러나 광섬유와 컴퓨터 등 관련 분야의 발전으로 핵융합 상용화를 자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헬리온은 지난해 여름 민간 기업 최초로 핵융합 핵심 조건인 플라스마 온도 1억 도를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