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골지역에 갔을 때 20년 만에 의사를 만났다고 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던 환자 한 분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질병이나 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인생의 목표를 정했던 중학생은 척추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사가 됐다. 꿈을 이룬 정성수<사진> 부산부민병원 의무원장은 29년간 척추 전문의로 25만 명이 넘는 환자를 만나는 와중에 국내외에서 꾸준히 의료봉사를 펼쳐왔다.
해외 의료봉사의 출발점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토호쿠대 연수 중이던 정 원장은 그곳에서 만난 베트남 의사의 요청에 호치민으로 달려가 척추측만증 환자를 수술했다.
그는 "회복실에서 만난 환자가 수술 직후라 많이 아픈 중에도 두 손을 모으고 기뻐하던 표정이 생생하다"면서 "그 모습을 보고 10년 이상 베트남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정 원장은 동남아 쓰나미로 폐허가 된 태국과 아프리카의 잠비아,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을 누볐다. 태국 봉사팀은 국내로 돌아와 의료 취약지역 봉사활동도 이어갔다.
장기간의 베트남 의료봉사로 '명예 호치민 시민상'도 수상했지만, 환자 몇 명을 고쳐주는 일이 수많은 환자에게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는 일일까 반문하던 시기도 있었다.
정 원장은 "극소수의 환자를 수술해 주는 것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서 "그런데 제 수술에 참여했던 현지 의사들의 실력이 늘어 7~8년째에는 직접 훌륭하게 수술하는 모습에 작은 힘이라도 베트남 척추 수술에 어느 정도 이바지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지속하면서 지금은 예전처럼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기 어려워졌다. 대신 그는 '정성수의 행복한 허리 이야기'란 블로그과 함께 인스타그램까지 운영하면서 환자와의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 시간이 한정된 진료실을 넘어 환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정 원장은 "외래 진료 환자들이 블로그나 SNS에서 미리 본인의 증상에 맞는 내용을 확인하고 내원할 때가 있다"면서 "이런 경우 설명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진료에 서로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척추센터장과 정형외과 과장을 지낸 그는 2019년부터 부산부민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수술이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면 가능한 한 약물을 통한 비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이 정 원장과 부산부민병원의 진료 원칙이다.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받은 많은 환자들이 정 원장을 찾아 비수술적 치료를 받는다.
정 원장은 "척추질환은 수술한다고 통증이 100% 없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수술 이외의 방법으로 통증 조절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면서 "어떻게 해서든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이 나를 지금까지 움직이게 만든 힘"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