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단지들에서 최근 계약 취소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에 대한 불신이 전국으로 커지고 있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광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을 취소하기 위해 법적 자문을 의뢰한 상태다. 광주의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광주 운암3단지는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한화건설 등 3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5년 시공사로 선정됐다. 지하 3층~지상 29층, 37개 동, 전체 3214가구 규모다. 3월 착공 예정이었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일부 조합원들도 시공사 입찰에 나선 HDC현대산업개발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단지 내 곳곳에선 “현대산업개발 보증금 돌려줄 테니 제발 떠나주세요” 등 HDC현산을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도 내걸렸다. 앞서 지난달 24일 HDC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은 시공사 선정 입찰서를 조합에 제출했다. 다음 달 5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을 위한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2016년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한 경기 안양시 ‘삼호뉴타운’ 재건축 조합에서도 시공사 교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해당 단지는 현재 철거를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부산시민공원 ‘촉진3구역’, 창원 ‘신월2구역’ 재건축 조합도 HDC산업개발에 추가 조치 계획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서울 내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한 정비사업지들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1구역 재개발 조합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4구역 재건축 조합 △서울 관악구 신림동 미성아파트 재건축 조합 등은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다만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고, 시공사와 계약을 취소가 간단한 문제가 아닌 만큼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노원구 상계1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아직 현재 광주 붕괴 사고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원인이 나온 건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 신림동 미성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도 “몇몇 주민은 불안해하고 있지만, 시공사 계약 취소가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일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고와 관련해선) 실종자 구조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피해자 가족의 피해 보상과 입주 예정자, 이해 관계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