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오토벨 론칭에...대기업·중고차 업계 갈등 격화 조짐

입력 2022-01-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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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경매센터 이용 저지 운동 벌어질 것”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온라인 중고차 거래 통합 플랫폼 ‘오토벨’을 론칭하면서 대기업과 중고차업계의 갈등이 일촉즉발로 고조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 중고차매매시장의 중고차 주차장에 1400여대의 중고차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온라인 중고차 거래 통합 플랫폼 ‘오토벨’을 론칭하면서 대기업과 중고차업계의 갈등이 일촉즉발로 고조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일반 소비자에게 중고차를 직접 판매하는 게 아닌 딜러들의 판로를 확대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중고차업계는 이번 론칭을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업계는 중고차 매매 딜러들이 이번 새 플랫폼 사용을 기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가 2001년부터 중고차 딜러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중고차 경매센터의 이용을 저지하는 등 단체 행동 조짐도 엿보인다.

현대글로비스는 20일 국내 중고차 업계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 통합 플랫폼 ‘오토벨’을 론칭했다. 중고차 딜러는 현대글로비스의 경매센터에서 열리는 경매에 참여해 낙찰받은 차량을 오토벨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 경매센터와 무관하게 매입한 중고차 역시 판매할 수 있다.

그간 중고차 시장 개방을 둘러싸고 완성차 업계와 밥그릇 싸움을 벌여 온 중고차 업계는 이번 론칭을 매서운 눈초리로 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진출에 ‘일시정지’ 권고 결정한 지 불과 일주일만에 플랫폼 사업을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자사가 2001년부터 중고차 딜러를 대상으로 경매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번 론칭은 일반 소비자에 대한 직접 판매가 아닌 판로망 확대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업 진출의 기초작업을 다진 뒤 시장이 개방될 경우 본격적으로 대응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관건은 활성화다. 중고차 업계는 중고차 매매 딜러들이 사실상 해당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립각을 세워 온 대기업의 계열사가 내놓은 사업에 대해 거부감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딜러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중고차 경매센터 이용을 저지하는 운동도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경매에는 월평균 1만 여대의 차량이 출품되고, 2200여 개의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중고차 개방을 둘러싼 양측 간 갈등의 골이 이처럼 깊어진 건 담당 부처인 중기부가 눈치보기에 급급해 중재자 역할에서 사실상 손을 놨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 2019년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풀린 뒤 중고차 업계는 재지정을 요구했지만 당시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의 진입을 막는 것이 되레 소비자의 편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중고차 시장 개방 문제는 이때부터 교착상태에 빠졌다. 중기부 심의위가 2년 넘게 결론을 내지 못했고,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기부, 완성차 업계, 중고차 업계 등과 중고자동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를 발족해 중재에 나섰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3년간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자 조급해진 완성차 업계는 결국 지난달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막아달라며 사업조정 신청을 제출했고, 중기부는 결국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진출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며 제동을 걸었다.

중기부는 오는 3월 대선이 끝난 후에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결론을 낼 계획이다. 중기부가 사실상 대선을 의식해 중고차 개방을 차일피일 미뤄왔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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