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천연가스 확보 위해 한국 등 아시아 수입국과 접촉
EC, 천연가스·원전 '녹색' 분류 규정안 확정 발의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군 병력 약 3000명의 동유럽 추가 배치를 승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이유다. 이번 주 폴란드와 독일에 각각 1700명과 300명을 투입한다. 독일의 미 스트라이커 부대 1000명은 나토의 동쪽 끝이자 러시아와 가장 인접한 루마니아에 전진 배치한다.
동유럽에 추가 배치된 미군 병력은 나토가 러시아에 맞서 신속대응군을 가동할 경우 지원에 나서게 된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병력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기 위해 가는 게 아니다”라며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5조를 준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5조는 나토의 설립 근거인 북대서양조약의 5조를 뜻한다.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가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다른 회원국이 자동으로 개입, 공동 방어를 한다는 집단 방위 조항이다. 전쟁을 목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초강수를 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24일에도 미군 병력 8500명에 유럽 파병 비상대기 명령을 내렸다. 일주일 새 파병 병력 수를 늘린 것이다. 이날 추가 배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으름장을 놓은 후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전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 크림반도 탈환을 시도하면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해 11월 이후 푸틴 대통령이 ‘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추가 병력 배치라는 초강수로 대응하자 러시아는 반발했다.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근거 없이 이뤄진 파괴적인 조치로 군사적 긴장을 더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CNN은 미국 우주기술기업 막사(Maxar)의 인공위성 사진 분석 결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병력과 무기 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정학적 갈등 여파로 천연가스 확보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주요 천연가스 수입국과 접촉에 나섰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분쟁 발발 시 유럽에 연료를 보내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카타르, 나이지리아, 이집트, 리비아 등 가스 생산국들과도 생산량 확대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 수출국인 카타르 군주와 정상회담을 열고 해당 문제를 논의했다.
한편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EC)는 이날 천연가스와 원자력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로 분류하는 규정안을 확정, 발의했다. EU 내에서도 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EC는 환경 이외에도 러시아에 대한 지나친 에너지 의존을 우려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요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