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이프가드 조치 후 수출 절반 수준으로 뚝…미국 불복 시 분쟁 지속
미국이 높이 쌓아 올린 세탁기 장벽을 낮출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우리 정부의 제소 이후 약 4년 만에 세계무역기구(WTO)가 한-미 세탁기 분쟁에서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오후 7시(제네바 현지 시간) 미국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관련 WTO 협정 합치 여부 분쟁에서 우리 정부의 승소를 판정한 패널 보고서를 WTO가 회원국에 회람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수입산 세탁기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자국 업계의 주장을 수용해 2018년 2월부터 10㎏ 이상 대형 가정용 세탁기와 부품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했고 우리 정부는 그해 5월 WTO에 이에 대해 제소했다.
미국은 120만대의 쿼터를 두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한 2018년 2월부터 1년간 쿼터 내 20%, 쿼터 외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단계별로 낮추긴 했지만 올해 쿼터내 14%, 쿼터외 30% 등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 세탁기 부품도 2018년 쿼터 외 50%의 관세를 부과한 뒤 현재 30%로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이프가드 조치 전 대한국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0%였다.
이 같은 조치로 우리나라 세탁기의 미국 수출은 크게 위축됐다. 세이프가드 직전 45만 2000대였던 세탁기 수출 대수는 △2018년 24만 4000대 △2019년 20만 3000대 △2020년 21만 6000대로 크게 줄었다.
수출액도 2017년 2억 4364만 달러에서 △2018년 1억 2717만 달러 △2019년 1억 1319만 달러 △2020년 1억 3169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이번 패널 판정에서 우리 정부는 세이프가드 조치의 본질과 관련된 핵심쟁점 5개 모두에서 위법 판정을 얻어냈다. 수입증가, 국내산업 정의, 국내산업 피해, 수입증가와 국내산업 피해간 인과관계, 예견치 못한 전개 쟁점에서 WTO는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미국이 상소할 경우 미국이 매긴 관세가 유지되며 분쟁상태도 지속된다.
윤창현 산업부 통상법무정책관은 “이번 패널 판정을 계기로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가 조기에 종료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며 “향후에도 WTO 회원국으로서의 권리와 우리 업계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WTO 분쟁해결절차를 적극 활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9일 응고지 WTO 사무총장을 만나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교란, 보호무역조치 확산 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다자통상질서 회복과 WTO 역할 강화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