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프간 대피 당시 혼란 겪어 조기 움직임
유럽 병력 배치에도 속도...슬로바키아 방위 협정 통과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세운 자국민 대피 계획을 백악관이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계획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시 자국민 대피를 위해 폴란드 주둔 미군 병력을 활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관계자는 “미군은 우크라이나에 진입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미국인을 대피시키거나 항공기 임무를 수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폴란드에 도착한 미국인들의 귀국을 돕기 위해 물류 지원을 제공하는 게 이들의 임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현재 폴란드에 배치된 미 82공군사단 1700명 중 일부가 수일 내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검문소와 캠프, 임시 시설 등을 마련하기 위해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약 3만 명의 미국인이 머물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러시아의 침공 시 현지를 떠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줄곧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서방사회는 러시아가 수 주 내에 침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이 일찌감치 움직이는 데는 아프가니스탄 대피 과정에서 겪었던 아비규환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당시 미국은 10만 명 이상의 미국인과 병력, 아프간인 조력자 등을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아프간 현지인들까지 탈출 행렬에 동참하면서 비행기에 매달리다 추락하는 사고까지 벌어졌고 미국 안팎에서 대처가 안일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계획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은 지난해 8월 미군과 연합군이 카불에서 벌인 긴급 대피에 대한 기억 때문”이라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는 엉망이었고, 우린 우크라이나에서까지 혼란스러운 철수를 바라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은 유럽 병력 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슬로바키아 의회는 미국과 맺은 방위 협력 협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미군은 슬로바키아 공군기지 2곳을 10년간 사용할 수 있으며 슬로바키아는 대신 1억 달러(약 1197억 원)를 지원받는다. 슬로바키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지역에서 미국과 방위 협정을 맺은 마지막 국가가 됐다.
루마니아에선 미군 장비와 차량을 실은 첫 번째 호송대가 이날 늦게 도착했다. 향후 며칠 내로 미군 병력 1000명도 배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