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철수해도 다양한 위협 수단 존재
위협 상시화로 서방에 요구 관철하는 게 목표
주요국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년 만에 정상회담을 한 뒤 우크라이나로 날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연쇄 회담을 가졌다. 우크라이나 위기를 완화하려고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러시아로 향한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와 만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의 더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한 것이다.
이 같은 관계국들의 노력에 러시아와 서방사회 충돌이 올 겨울을 넘긴다 해도 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움직임을 극도로 혐오하고 있어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무력 위협을 계속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방사회와 우크라이나가 당장 무력 충돌을 피하기 위해 양보를 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러시아를 만족시킬 수 없고, 결국 내년에 위협이 재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는 서방사회에 나토의 동진 중단, 옛 소련 국가의 나토 가입 배제, 러시아 인근 지역에 배치된 공격용 무기 철수 등 광범위한 요구를 하고 있다.
러시아 전략기술분석센터의 루슬란 푸크호브 소장은 “러시아에게 이 문제가 얼마나 죽고 사는 문제인지 서방은 이해하지 못한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에게는 핵전쟁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최근 서방 사회 관계자는 가까운 시일 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말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러시아의 위협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는 셈이다.
외교적 해법을 찾아 러시아가 당장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한 병력을 철수하더라도 위협 수단은 다양하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수주 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할지 병력을 철수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한 병력 규모가 비대해 장기간 끌고 갈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CNA의 러시아 연구 소장인 마이클 호프만은 “러시아의 병력 배치를 보면 시간을 끌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수주 내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일 철수를 결정하더라도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 핵무력 과시,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방식이 거론된다. MGIMO의 국제관계대학 학장인 안드레이 수셴초프는 “최소한 올해 내내 위기가 여러 형태로 지속될 것”이라며 “현재 위기는 러시아가 서방을 압박하는 첫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위협을 상시화해 서방이 지금까지 피해왔던 협상에 나서도록 하는 게 러시아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서방 사회에 유럽의 신냉전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뿌리내렸지만 푸틴은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이 같은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