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계의 쓴소리 "대선 앞두고, 선심성 공약 남발"

입력 2022-02-10 16:51수정 2022-02-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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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열려
기조연설 나서는 김인준 교수 "일본처럼 장기 침체 우려"
함준호 연세대 교수 "재정 준칙 도입해야"

(연합뉴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경제학계 원로가 비판했다. 이런 공약들이 현실화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10일 한국국제경제학회에 따르면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11일 열리는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제2전체회의에서 '한국경제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을 지낸 경제학계 원로다.

김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대선 정국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치권이 재정 제약이 없는 것처럼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어떤 의미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명제 아래 포퓰리즘과 팬덤 정치가 성행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원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손실보상, 선별과 보편 동시 재난지원금 지급, 기업 간 이익 공유제 등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고 있다"며 "이런 공약이 실천된다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우리 경제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향후 선심성 정책으로 부채 비율이 치솟으면) 국제금융시장이 한국의 국가부채를 어떻게 평가할지 냉정히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유사시 국가신인도가 크게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 정책에 순응해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김 교수는 "한국 경제는 부의 양극화, 민간과 정부의 부채 급증, 금융 불안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을 안고 있고 저출산 고령화 대응과 산업·노동 분야의 구조개혁 등 개혁 과제도 있다"며 "국민적 합의 없이 포퓰리즘 정책이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는 앞으로 빠른 속도로 악화하거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국가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조차 부채 관리에 대한 장기적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 못한 것은 문제"라며 "지금부터라도 관리재정수지 위주로 재정 건전성 유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정부 지출을 줄이고 세입을 늘리는 방안을 찾는 한편 국민연금도 보험료를 올리고 수급 시기를 늦추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지금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 30년 후에는 연금이 고갈되고 지금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연금을 납입하고 혜택은 받지 못하는 세대로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날 회의에서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와 통화·금융 부문의 정책과제'를 발표하는 연세대 함준호 교수 역시 민간ㆍ정부 부채 급증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발표문에서 "한국의 민간·정부 부채 수준은 최근 GDP 대비 254%까지 확대됐으며, 가계와 기업 부채가 이미 과다 부채 임계치를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정부 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어 선제적 관리가 시급하다"고 했다.

함 교수는 이어 "정부 부문 역시 경직성 지출(집행 시기 및 규모가 확정된 지출)의 확대에 따른 구조적 재정적자의 고착화 위험에 유의하는 한편, 중기적으로 정부 부채를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재정준칙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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