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21년 주오스트리아 대사 역임 등 26년 외교관 경력
"올림픽 기간 침공, 가능하지만 안 할 듯"
"러시아 가스 공급, 열고 잠그는 욕조 아냐"
16일 본지는 우크라이나 국영가스회사 나프토가즈(Naftogaz)의 올렉산드르 셰르바 수석 고문과 우크라이나 사태 향방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셰르바 고문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 대사를 역임하는 등 26년간의 외교관 생활 후 현재 우크라이나 에너지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우선 셰르바 고문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해 “가능은 하겠지만, 현시점에서 그럴 것 같진 않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러시아군이 몰려 있던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다는 게 이유다.
러시아를 향한 미국의 제재 경고에 대해선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앞서 미국은 최악의 경우 독일과 러시아가 공사한 송유관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셰르바 고문은 “러시아가 침공하면 노르트스트림-2를 중단하겠다는 것은 차선책”이라며 “최선책은 지금 당장 해당 사업을 중단하고 침공 후 기존에 건설한 노르트스트림-1까지 폐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 경우 러시아가 유럽연합(EU)으로 향하는 가스를 차단해 에너지 대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다. 이에 대해 셰르바 고문은 지정학적인 환경을 고려할 때 그런 우려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가 물리적으로 EU에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할 순 없다. 가격을 흥정할 순 있겠지만, 멈추거나 생산량을 중국으로 돌리는 건 불가능하다”며 “가스관은 마음대로 열고 멈추는 욕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얽힌 국가들이 미국의 제재 경고에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셰르바 고문은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부류들은 우리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며 “독일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주저하자 전 세계 비판이 압도적으로 많아진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셰르바 고문은 “결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멈추게 하는 1차 방법은 우크라이나가 맞서 싸워 러시아 병력 수천 명을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에도 피해가 간다는 사실은 자국민의 신뢰를 잃는 전쟁으로 만들 것이고, 그 전쟁은 시작한 사람들에게 나쁘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끝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존재의 위협을 받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우리를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