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우크라이나 전직 외교관 “러시아, 미국 제재 맞대응으로 가스 못 끊어”

입력 2022-02-1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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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르바 나프토가즈 수석 고문, 본지 인터뷰
2014~2021년 주오스트리아 대사 역임 등 26년 외교관 경력
"올림픽 기간 침공, 가능하지만 안 할 듯"
"러시아 가스 공급, 열고 잠그는 욕조 아냐"

▲올렉산드르 셰르바 나프토가즈 수석 고문. 사진제공 올렉산드르 셰르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대 주둔 병력을 일부 철수하기로 하면서 서방국과의 긴장 상태가 다소 줄어든 가운데, 미국이 제재해도 러시아가 맞대응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본지는 우크라이나 국영가스회사 나프토가즈(Naftogaz)의 올렉산드르 셰르바 수석 고문과 우크라이나 사태 향방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셰르바 고문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 대사를 역임하는 등 26년간의 외교관 생활 후 현재 우크라이나 에너지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우선 셰르바 고문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해 “가능은 하겠지만, 현시점에서 그럴 것 같진 않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러시아군이 몰려 있던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다는 게 이유다.

러시아를 향한 미국의 제재 경고에 대해선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앞서 미국은 최악의 경우 독일과 러시아가 공사한 송유관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셰르바 고문은 “러시아가 침공하면 노르트스트림-2를 중단하겠다는 것은 차선책”이라며 “최선책은 지금 당장 해당 사업을 중단하고 침공 후 기존에 건설한 노르트스트림-1까지 폐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 경우 러시아가 유럽연합(EU)으로 향하는 가스를 차단해 에너지 대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다. 이에 대해 셰르바 고문은 지정학적인 환경을 고려할 때 그런 우려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가 물리적으로 EU에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할 순 없다. 가격을 흥정할 순 있겠지만, 멈추거나 생산량을 중국으로 돌리는 건 불가능하다”며 “가스관은 마음대로 열고 멈추는 욕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얽힌 국가들이 미국의 제재 경고에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셰르바 고문은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부류들은 우리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며 “독일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주저하자 전 세계 비판이 압도적으로 많아진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셰르바 고문은 “결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멈추게 하는 1차 방법은 우크라이나가 맞서 싸워 러시아 병력 수천 명을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에도 피해가 간다는 사실은 자국민의 신뢰를 잃는 전쟁으로 만들 것이고, 그 전쟁은 시작한 사람들에게 나쁘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끝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존재의 위협을 받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우리를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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