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와인에 빠졌어요” 한국의 와인 열풍…왜?

입력 2022-03-04 05:00수정 2022-03-0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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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홈술 증가 따른 대중화ㆍ규제 완화로 스마트오더 도입ㆍMZ세대 대거 유입 등 힘입어

대한민국에 와인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와인이 주류(酒類) 시장의 주류(主流)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 상류층의 기호식품으로 여겨지던 와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홈술족이 크게 늘고, 수입 주류업계를 옥죄던 일부 규제가 풀리면서 소주, 맥주만큼이나 일상 생활 속으로 파고들며 대중화되고 있다. 때아닌 와인 수요 훈풍에 와인 수입액은 최고치를 기록했고 와인 수입사들은 기지개를 켜며 상장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국내 와인 수입 1위 업체(신세계L&B)를 보유한 신세계그룹은 최근 미국 나파밸리 프리미엄 와이너리의 주인이 됐다.

3일 시장전문조사 유로모니터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와인 시장규모는 최근 몇년새 급팽창해 2019년 8000억 원에서 이듬해 1조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1조50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와인은 20여년간 국내 수입주류 1위를 지켜오던 맥주를 제치고 지난해에 이 자리마저 꿰찼다.

국내 와인 수입량은 지난해 처음으로 7만 톤, 5억5980만 달러(관세청 집계 기준)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덩달아 금양인터내셔날, 나라셀라 등 전통의 와인 수입사들도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리며 기업공개(IPO)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3일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모델들이 ‘와인장터’ 행사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홈플러스는 약 11만 병의 와인과 430종의 위스키, 리큐르 등을 선보인다. (사진제공=홈플러스)
'회장님 술'로 통하던 와인이 시장 저변을 확대한 배경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크게 한몫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홈술족'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여기에 '혼술족'으로 대표되는 1인 가구, 이들이 주로 포진한 2030 MZ세대가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저가 와인시대를 열어젖혔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20~30대의 와인숍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8%, 213% 증가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20대는 이용 건수뿐 아니라 건당 이용금액도 가장 많이 증가한 세대로 나타났다. 이들은 예전처럼 회식 장소에서 '부어라 마셔라' 하는 음주 문화 대신 집에서, 또는 혼자서 '맛있는 술'을 즐기는 소비자들인 셈이다.

와인 소비층이 젊어진 데 발맞춰 유통채널도 발빠르게 변신했다. 스마트오더 도입 등 일부 주류 규제가 풀리면서 와인은 근처 편의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술이 됐다. 스마트오더는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미리 주문하고 오프라인 공간에서 픽업해가는 서비스다. GS25(더팝 와인25플러스), CU(포켓CU 와인샵),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 업체들이 모두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수입 와인에 매기는 주류세가 종량세로 바뀔 경우 국내 와인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주세 정책이 맥주, 막걸리에 한해 종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서 수제 맥주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시장이 커진 것처럼 와인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주류업계 전문가는 "종량세로 바뀌게 되면 도수가 높은 소주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은 와인은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해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진다"라며 "맥주, 막걸리 이외 타 주류에도 종량세가 도입될 경우 국내 와인 시장은 당연히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수입와인 가격 및 소비실태 조사'라는 보고서에어 "수입소비재와 관련한 소비자 후생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으로 수입 와인에 대한 종량세 전환을 장기적으로 겁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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