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 당선인이 결정된 첫날, 코스피가 축포를 쏘아 올렸다. 지난 1997년 15대 대선 이후 최고 수준 상승률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1% 오른 2680.32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각 대선 선거일 다음 날 코스피 변동률은 △15대(고 김대중 전 대통령) -5.13% △16대(고 노무현 전 대통령) 0.03% △17대(이명박 전 대통령) 0.92% △18대(박근혜 전 대통령) 0.32% △19대(문재인 대통령) 0.80%였다.
다만 증권가는 중ㆍ장기적으로 대선이 호재로 작용한 사례는 흔치 않다고 봤다. 지난 사례를 보면 대선 직전까지 이어지던 정책 불확실성 완화와 새로운 정책 계기로 지수 회복 기대감은 실제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과거 대선 후 1년 코스피 추이를 살펴보면 대부분 상승했지만 대외 환경이 작용한 영향이란 분석이다. 정권별 상승률은 △15대 25.42% △16대 14.38% △17대 -36.56% △18대 12.53% △19대 16.81% 등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는 불확실성 해소 관점에서 일부 탄력을 얻을 수 있지만 추세는 결국 경기에 달려있다”며 “대외 변수가 경기에 주는 영향이 크고, 경제와 산업 구조도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코스피 상승도 미국 증시 강세 영향이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밤 뉴욕증권 거래소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2.00% 올랐고, 나스닥(3.59%), S&P500(2.57%) 등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업종별로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KRX건설업종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50% 오른 690.58에 거래를 마쳤다. 윤 당선자의 주택공급 확대 공약(5년간 250만 가구(공공주도 50만+민간주도 200만) 공급)이 정책 기조가 수요억제에서 공급확대로 변경한 것으로 해석된 데 따른 것이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은 크게 2가지로 첫 번째는 민간 중심의 주택공급 확대이며 두번째는 과도한 규제 완화”라며 “여전히 남아있는 DSR 규제와 취득세ㆍ종부세가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양도세 중과 2년 배제와 LTV 상향 등에 힘입어 기존에 억눌려 있던 매물이 거래되는 역할은 분명히 가능하다. 대형 건설사와 리모델링 등 B2C 건자재 업체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바이오테크, 이명박 정부는 인프라 투자에 따른 건설 토목 부문, 박근혜 정부에서는 특정 산업 육성보다 저성장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내수 부양과 스타트업 창업 지원에 힘썼다. 문재인 정부는 강력한 산업 정책으로 신재생에너지와 대북 정책 수혜주, 소재 부품 수혜주 등 테마 섹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윤석열 당선자의 대선 공약과 행보 등으로 확인된 것 중 대외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시장 경제 우선 정책, 기업 주도 일자리 창출 추구 △균형적 재정지출 추구 △서방세계와의 협조 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