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공격적 채권 발행 영향
전인대, 금융안전발전위 등 추가 부양책 예고
중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들어 공격적으로 채권을 발행해 다량의 현금을 비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1~2월 사이 중국 인민은행이 보유한 정부예금은 총 1조1700억 위안(224조 원) 증가했다. 두 달간 증가 규모로는 2000년 이후 최대다.
이는 정부가 국채 판매와 세수 등으로 얻은 소득보다 훨씬 적게 지출했다는 것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지출을 늘리기 위한 재정적 탄약이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서 당국은 주택시장 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를 전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 안팎으로 제시했다. 5.5%는 1991년 이래 가장 낮은 목표치로, 지난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제시한 ‘6% 이상’에서 낮아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국이 추가 부양책을 꺼내지 않으면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이 15년 만에 첫 감소 전환하는 등 은행 대출이 침체된 것을 경기 부진의 한 징후로 꼽았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정부 관리들은 추가 부양책과 인프라 투자 확대를 공언했다.
중국 경제 사령탑인 류허 부총리는 16일 금융안전발전위원회에서 “주식시장을 안정시키고 중국 기업의 해외 상장도 지원하겠다”며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부동산 시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리커창 중국 총리 역시 이달 초 전인대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부동산 추가 완화 등 지원을 약속했다.
지원책의 주요 자금원은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으로, 정부예금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도 여기 있다. 실제로 올해 첫 두 달 동안 지방채 발행 규모는 9500억 위안을 넘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했던 2020년을 제외하면 역대 가장 많이 발행된 규모다.
호주뉴질랜드(ANZ)은행의 싱자오펑 중국 수석 투자전략가는 “지방 정부의 채권 발행 속도가 빠른 만큼 기록적인 예금 축적을 통한 지출이 조만간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추가 경기부양책 여지가 충분하고 이달부터 재정 지출이 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엔트증권의 치성 애널리스트는 “재정 자금으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것은 경제 성장을 위한 열쇠가 될 것”이라며 “지출이 가속하고 수입 증가가 둔화함에 따라 앞으로 몇 달간 정부예금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