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되는 사내이사 중 남성 대비 여성의 비율이다. 그런가 하면 기업 내 성 평등이 실현됐을 때 늘어날 수 있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율이기도 하다(씨티그룹 보고서).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전자에 머물러 있다.
올해 8월부터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회를 특정 성으로만 구성할 수 없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사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 이사를 최소 1명 이상 선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여성 이사를 선임했거나, 혹은 선임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대부분이 외부에서 데려온 사외이사라는 것이다.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이번에 새로 선임되는 사내이사 중 남성 대비 여성 비율은 3% 안팎에 불과하다.
기업 내 성 격차를 해소하는 건 단순히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가운데 사회적 책임(S)을 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미셸 에드킨스 스튜어드십투자부 글로벌 이사는 “이사회 내 다양성 부족은 효과적이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약화하고, 이는 결국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리더십 확보가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들도 힘을 보탠다. 씨티그룹의 ‘여성 기업인(Women Entrepreneurs)’ 보고서는 기업 내 성 평등이 실현된다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이 2~3% 늘어나고, 일자리는 4억3300만 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6일 ‘성 평등을 위한 링더벨(Ring the Bell)’ 행사를 열고 성 평등을 비롯한 ESG 경영 확산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이 울리는 작은 종 위에는 높은음자리표가 달려 있다. 높은음자리표는 성별 간의 조화와 화합을 의미한다고 한다. 조금은 느린 종소리지만, 다음 3%를 위한 첫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