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해 미국 뉴욕 증시에 전격적으로 상장하며 업계를 놀라게 한 이후 1년이 지난 가운데 새벽배송업체인 컬리가 본격 상장 작업에 돌입하면서 SSG닷컴, 11번가 등 후발 주자들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4일 유통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조만간 발표되는 2021년 결산실적을 기반으로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하기로 했다. 이르면 이달 말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하게 되며, 통상적인 절차를 밟을 경우 상장까지 일러야 3분기쯤에 기업공개(IPO)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당초 지난해 하반기에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JP모건을 주간사로 선정하고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한국거래소가 김슬아 컬리 대표의 지분율을 문제 삼으며 일정이 지연됐다. 2020년 말 기준 김 대표의 지분율은 6.67%였는데 지난해 외부에서 4700억 원 이상을 투자받으면서 지분율은 더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해진 규정은 없지만 거래소는 통상적으로 최대주주 지분율이 20%는 돼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컬리는 김 대표와 재무적투자자(FI)들의 보호예수기간을 길게 설정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기로 했다. 일부 FI들의 반발도 일정 지연에 영향을 줬으나, 최근 김 대표와 FI는 보호예수기간을 각각 3년, 1년6개월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는 지난해 프리IPO까지 성공시키며 기업가치를 4조 원까지 끌어올렸으며, 증권업계에서는 컬리의 상장 후 기업가치를 7조 원까지 전망하고 있다. 컬리가 예상치대로 증시에 상장할 경우 재투자를 통해 첨단 풀필먼트 조성 등으로 사세를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컬리가 이커머스로는 처음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에 성공할 경우 SSG닷컴, 11번가, 오아시스마켓, CJ올리브영 등 후발 주자들도 상장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자로 유력한 곳은 SSG닷컴이다. SSG닷컴은 최근 이슈로 떠오른 '쪼개기 상장' 논란에 선을 긋고 순조롭게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등 기업이 소유 구조를 변경시키는 의사 결정을 할 때 주주 보호를 위한 회사 정책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밝혀야 한다는 내용으로 지난 6일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바 있다.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소액 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마트 자회사인 SSG닷컴의 상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SSG닷컴은 "논란이 된 사례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유망한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를 상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2018년 12월 이마트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문, 신세계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문이 각각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리돼 설립됐다는 것이다.
SSG닷컴이 상장에 성공할 경우 증권업계가 예상하는 기업가치는 약 10조 원에 달한다. 관건은 시장 변동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SSG닷컴 관계자는 “주간사를 선정하고 차분하게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다만 시장 변동성이 커져 주간사들과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 시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장을 준비중인 11번가도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을 CEO(최고경영자)로 내정해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11번가는 신임 CEO로 하형일 SK텔레콤 CDO(최고개발책임자)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하 내정자는 SK텔레콤에서 ADT캡스 인수(2018년), 티브로드 인수합병(2020년), 우버의 투자유치 및 티맵모빌리티와의 합작사(JV) 설립(2021년), 마이크로소프트·DTCP 등 원스토어의 국내외 투자유치(2021년) 등 SK텔레콤의 굵직한 신규사업과 외부 투자 유치 등을 맡아왔다. 특히 2020년부터 11번가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면서 지난해 11번가의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론칭을 주도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신규사업 전략 전문가인 새 CEO 선임으로 글로벌 사업자들과 제휴를 포함한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급변하는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증대,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